A와 담배와 아저씨

  나의 부탁 반 협박 반으로 언제부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친구 A는 여성이다.

  나날이 오르는 담배값이나, 담배 때문에 어떤 병이 생긴다는 기사들, 혹은 길에서 볼썽 사납게 담배를 피우는 일부 흡연자들을 볼 때는 A는 자신이 담배를 끊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때로 미안할 때가 있다. 길거리에서 시비 거는 취객들, 여자라고 함부로 대하는 아저씨들, 그 망나니들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어 줄 기회를 앗아 버린 것이 미안할 때가 있다.

  물론, 그럴 친구는 아니지만.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는 사실이, 미안할 때가 있다.

잠 못드는 새벽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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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잠자기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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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 시간이 빠듯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이 많아 서로의 몸이 닿는 지하철에서 내린다. 그리고 다음 차를 기다린다. 다음 차에도 사람이 많다면 보내고 또 기다리기도 한다. 때로는 목적지보다 먼저 내려서 걷기도 한다. 또 때로는, 약속 시간에 늦고 말더라도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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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손잡이를 잡는 여성은 매우 적은 편이다. 어지간한 만원 버스에서도 손잡이를 잡고 있는 여성은 한손에 꼽을 정도인 경우가 많다. 지하철에야 잡을 것이 따로 없으니 다들 손잡이를 잡는 것 같지만, 버스에서는 왠만하면 의자에 달린 손잡이나 기둥을 잡는다. 소매가 없거나 짧은 옷을 주로 입는 여름만의 일은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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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말은 어렵다. 글을 쓰는 것 또한 어렵지만, 글은 말만큼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말하기가 어려운 것은 단순히 답을 몰라서만은 아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보다는 답이 실은 답이 아님을 알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명쾌한 답은 언제나 그늘을 갖고 있는 법이다. 그 그늘을 아는 이상, 말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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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싶은 것이 많이 쌓였다. 이맘때부터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울 생각이었는데 여러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아쉬운대로, 인터넷 서점에서 드로잉 가이드북을 샀다. 첫장은 줄긋기. 겨우 에이포 용지의 가로세로를 잇는 줄을 긋는 것부터가 역시 어렵다. 그리고 싶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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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다. 내 소유의 자동차를 갖는 일은 아마 없겠지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캠핑카에서 사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운전면허가 필요할 때가 있다. 바로 김해 집에 갔을 때인데, 교통이 좋지 않은 집에서 시내로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어머니에게 기사 노릇을 시키는 건 가히 못할 짓이다. 실은 어머니께서 이젠 내가 좀 몰라며 운전면허를 따라고 하셨다. 하지만 학원비가 아까워서, 여전히 탐색중.

노트북 분실 소동

  간만에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 새책 냄새도 별로고 사람 많은 것도 별로라 서점에는 잘 안 가는데, 그냥 집을 나선 김에 가게 되었다. 고속터미널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갔는데, 그곳에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여러번 가보고도 몰랐는데, 나보다 훨씬 더 여러번 가 본 사람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실. 물론 많지도 않고 어느 곳에나 있지도 않다.

  소설책 한권을 뽑아 들고, 2층에 있는 테이블을 찾아가 자리에 앉았다. 4인용 테이블이었는데, 내 옆에 앉은 이는 육아 잡지를 읽었고 대각선방향에 앉은 이는 뭔지 모를 수첩만한 책을 읽고 있었다. 휴대용 옥편 같기도 하고 불경집 같기도 한 책이었다. 내 앞자리는 비어 있었는데, 책을 반나마 읽었을 즈음에 누군가 와서 앉았다. 5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는데, 그가 들고 있던 책은 군사 잡지였다.

  내가 고른 소설책은 그저 그랬다. 기발하다면 기발한 상상에서 시작해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꾼’의 책이었다. 사실 그런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려다 보면 타인에게 무례한 말을 뱉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책은 크게 나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절실함 같은 것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그래서 앉은자리에서 쉬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책은 343쪽 짜리였다.

  책을 다 읽은 후, 책 제일 앞에 반페이지 씩 마련된 작가의 말과 일러스트레이터의 말을 훑고 있는데 앞에 있던 이가 크게 방귀를 뀌었다. 내 옆과 대각선에 앉아 있던 이들은 이미 자릴 뜬 후였다. 방귀 소리에, 그리고 그렇게 함부로 구는 그의 태도에 불쾌해진 나는 훑던 책을 덮고 자리를 떴다. 1층으로 내려와 소설책을 제자리에 꽂고 자리를 옮기던 즈음에야 깨달았다, 자리에 노트북을 두고 왔음을 말이다.

  급히 올라가 테이블로 돌아갔으나 가방은 자리에 없었다. 내 앞에 있던 방귀쟁이도 없어진 뒤였고, 어느새 낯모를 세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주변을 둘러 봤으나 가방도, 방귀쟁이도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에 물어봐도 접수된 분실물은 없다는 말 뿐이었다. 1층으로 내려가 중앙 안내 데스크에 분실물 문의를 한 번 더 한 뒤 나는 금세 포기했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몇 번 살펴 봤을 뿐.

  가방 속에는 지갑이 있었다. 현금은 한 푼도 없었고 3000원 쯤이 남은 체크 카드, 그리고 은행카드 몇 개, 신분증 정도가 내용물의 전부였다. 하지만 가방 속에는 지갑 외에도, 노트북이 들어 있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 말이다. 하지만 기왕 사라져 버린 것, 노트북에 큰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가당찮게도, 노트북 속에 들어있는, 아직 옮겨 두지 못한 글 한 편이 아까웠을 뿐이다.

   짧은 글 한 편. 쓰다 만 블로그 포스트. 노트북에 든 두 개의 글을 아쉬워 하고 있는데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내가 앉았던 테이블 옆 선반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의 역사라는 커다란 책이, 가방이 없던 그 테이블 옆에는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리나케 뛰어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그 테이블 옆의 선반에는 훨씬 더 작은 다른 책 한 권만이 올라가 있었다. 그렇다, 다른 테이블이었던 것이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비로소 내가 앉았던 테이블이 나왔다. 처음 돌아왔을 때엔 반대편 계단으로 올라 왔는데, 앉았던 자리를 멍청히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아무튼 다시 돌아간 그 테이블 옆 선반에는 자동차의 역사라는 책이 잘 세워져 있었고, 방귀쟁이는 없었지만 내 가방은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귀 좀 뀐 걸 가지고 가방까지 들고 간 것으로 의심했던 것을 미안해 해야 했지만, 사실 그 때엔 글을 되찾은 안도감 뿐이었다.

  가방을 다시 들고 옆에 있는 카페로 갔다. 빵 한 조각을 먹은 후 사진집 하나쯤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요량이었다. 서점이 문을 닫기까지는 한 시간쯤 남은 때였다. 2000원이라는 가격 표시를 보고 싸다고 생각하며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2900원이었다. 그걸 안 것은 이미 카드를 긁어버린 후였다. 베이글 하나를 내는데 카페 점원은 15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심지어 친절하게 잘라 주는 바람에 나는 결국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야 했다.

  한참을 기다리고 앉아서 그것을 먹느라 겨우 한 시간 남은 영업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날려버렸다. 큰 서점을 헤메 사진집 코너를 찾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베이글은 헛일이 되어버렸고, 나는 폐점 시간이 되기 전에 서점을 나서 집을 향했다.

망원동에 살고 싶다

   망원동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망원역 근처에 있는 민중의 집이라는 곳에서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일본의 독립 다큐를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다가, 망원역 근처를 한바퀴 둘러보고 왔다. 그래봐야 서울이지만, 내가 다녀본 서울의 동네들 중에서 제일 좋아 보였다. 높지 않은 건물들, 사람들로 가득한 재래시장, 서울 치고는 비교적 싼 집세, 가격에 비하면 꽤나 좋은 입지, 뭐 이런 것들이 말이다. 물론 민중의 집을 비롯한 지역 운동의 인프라도 꽤나 잘 되어 있는 곳이고. 심지어 주민센터, 그러니까 동사무소에서 벽화 그리기 강좌를 할 정도의 동네라면 좀 오버일까.

   망원동이 좋다는 말은 조약골 씨의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었다. (좋은 의미에서의) ‘변태들의 동네’라고 그는 말했다. 나도 찾아 가 보고야 그 말을 실감했달까. 그냥 이웃 사이 정이 돈독하다는 정도일 걸로만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생기가 있는 동네였다. 재래시장은 물론이고 근처의 일반 상점들 앞에까지 펼쳐진 좌판들에는 ‘골라 골라’ 식의 호객이 성행하고 있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거리를 돌아 다니고 있었다. 자전거가 많았고, 건물들은 낮았고, 약간이었지만 비가 오는데도 뛰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민중의 집은 사실 이름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래저래 어깨너머로 본 바로는 괜찮은 곳인 듯하다.(다만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천원 강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강좌들을 열고, 화요일에는 주제가 있는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만찬회[?]도 연다. 늦게 가서 무슨 주제가 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직접 만들어 먹었던 데마끼てまき는 맛있었다. 사무국장님의 말로는, ‘공동체의 느낌’을 배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단다. 식대는 2000원. 매월 마지막 화요일에는 영화 상영도 함께 하는데, 이번주에는 양파 극장이라는 단체와 함께 <아마추어의 반란>을 상영했다.

  <아마추어의 반란>의 내용은 위에 있는 링크에서들 보시고… 무서운 아저씨들[?]이 주인공인 탓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꽤나 재밌었다. 평소에 이래저래 하던 생각들에 좀 힘을 얻기도 했고. 양파 극장은 돈이 없었던 건지 시간이 없었던 건지, 90분 짜리 DV 테잎을 사지 못했다며 80분 짜리 영화를 테잎 두 개에 담아 40분씩 끊어서 보여주었다. 양파 극장이라는 단체도 좀 더 알아보고 싶은데, 검색에 딱히 걸리는 게 없다.

  아무튼, 망원동에 살고 싶다. 사실은 시골에 살고 싶은 거지만, 일단 친구들이 다 서울에 사니까 나도 당분간은 서울에… 기왕이면 망원동에.

어느 카페에서

고장난 휴대전화 수리를 위해 집 근처의 서비스 센터에 갔다. 꽤 높은 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어두운 정장들 사이에서 홀로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좁은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나는 그 사람과 부딪혔는데, 그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정확히는, 내가 그와 부딪히고 그의 옆에 있던 좁은 구석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는 전혀 움직여 주지 않았다.
창구에 전화기를 맡기고 순서를 기다리며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 뒤에 있는 공용 컴퓨터에 앉은 누군가가 작지 않은 목소리로 일행과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들렸다. 집중을 방해할 만큼 컸던 그 목소리는, 이요원이 뭐가 예쁘나, 비쩍 마르기만 해서, 나는 홍수아가 좋더라, 홍수아는 말랐는데도 몸매가 좋다, 그런데 너 남자들이 홍수아 좋아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아느냐, 그건 운동을 잘하기 때문이다, (운동? 하고 되묻는 여자 목소리)그래, 운동, 홍수아가 시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거의 투수급이다, 라는 내용을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은 신기하게도, 지하철에서 부딪혔던 그 사람이었다.

박종주 고객님,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자기 자리에서 한참을 걸어 나온 서비스 기사가 나를 맞는다. 나를 자리로 안내하고 전화기를 고치는 내내 그의 태도는 수리 기술자라기보다는 영업직 서비스 직원에 가까웠다. 오래 기다리셨죠, 라는 인사와 함께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손수 사탕 통을 열어 내 손에 사탕 한 알을 쥐어 주고는 핸드폰의 상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사실 핸드폰은 이미 여러번 분해해 본 터라 필요없는 설명이었지만.
수리하는 내내 그는 친절하게 작업 하나하나와 남은 시간을 설명해 주었고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자신이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설명을 해 주었다. 수리가 끝난 시점에서는 잘 쓰시라는 인사와 함께 서비스 만족도를 확인하는 전화가 오면 잘 이야기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나를 마중했던 자리까지 따라 나와 배웅 또한 했다. 잘 가시라는 인사를 하며 그는 내게 마스크팩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수리를 받으러 가면서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며 문서들이며를 펼쳐 두고 갔었는데, 수리를 받고 있던 중에 누군가가 그 테이블에 앉은 것이 보였다. 내 짐들을 치워 주려고 다가가서 보니 손님들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청소 용역 업체 직원들이었다. 내가 치우면 자신들이 손댈 것을 걱정한 것으로 오해할까봐 신경이 쓰였지만 이미 내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 후였고 그들 또한 궤념치 않는 듯했다. 그들은 노트북을 챙기는 내게 가격과 성능을 물어 보더니, 자기들의 집에 있는 아들이나 며느리 소유의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수리를 마친 후에는 근처 카페로 갔다. 서비스 센터 근처에 살았던 후배에게 전날 미리 물어 두었던 조용한 곳이었다. 사실 그리 조용하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이 시끄럽게 대화하거나 음악이 큰 소리로 재생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간이 좁은 탓에 믹서기를 비롯한 여러 기계들의 소리가 여과없이 들렸고 한사람만 큰 소리를 내도 카페 전체가 울리는 탓이었다. 자리를 잡은 후 카운터로 가 잠시 고민한 끝에 나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린 후에 나온 음료를 받아들고 나는 자리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 들린 카라멜 카페라떼 나왔습니다, 라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보니 서비스 센터에서 부딪혔던 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를 받아 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요원과 홍수아를 논하던 이는 어디 갔는지 그는 혼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얼마쯤 내가 글을 쓰고 그가 책을 읽은 후에 그의 일행이 도착했다.(서비스 센터에서 그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기에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간간히 그가 영어로 무언가를 읽는 소리가 들렸지만 서비스센터에서처럼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진 않은 덕분에 나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좁은 카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주로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들고 나가는 그 가게의 손님들은 연령대가 꽤나 다양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에서부터 중년의 남녀까지 적잖은 사람이 그곳을 드나들었다. 그 중 눈에 띈 것은 가게 가운데에 있던 기둥 옆자리에 자리 잡은 한 노인이었다. 부시시한 머리에 수수한 차림을 하고 있던 그는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점원은 그에게 종이컵과 머그잔 중 고를 기회를 주었고(내게는 주지 않았다.) 그는 머그잔을 택해 한참을 마셨다.
꽤 긴 시간동안 천천히 커피를 마시던 그는 점원에게 샌드위치가 있으냐고 물었다. 점원은 샌드위치는 없고 베이글이라는 빵이 있다며 그에게 샘플을 보여주었다. 베이글을 먹어 본 적이 없는 듯 그는 그것이 얼마나 단지, 얼마나 딱딱한지를 물은 후 그거 하나 주세요, 라고 추가 주문을 했다. 그가 베이글을 먹는 모습은 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나는, 자신의 컴퓨터를 가져 본 적이 없는 용역 업체 직원들을 떠올렸다. 기둥 뒤의 그 역시 컴퓨터를 가져 본 적은 없을 성 싶었지만, 그는 베이글을 가졌다. 용역 업체 직원들이 무엇을 가졌을지 나는 잠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