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페달을 밟아서는 넘을 엄두가 나지 않는 긴 오르막, 뿌옇게 보이는 언덕 너머 하늘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끌고 있었다. 시선을 내리자, 평지에서 시작한 완만한 경사가 끝나고 언덕이 가파라지기 시작하는 즈음에서 하얀 물체 하나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셔틀콕이었다.
  사람으로 가득한, 차로 가득한 차로와 맞닿은, 버스 정류장에서 누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걸까. 신기했다. 사람들 사이를 걸어 그곳에 도착했을 즈음, 하늘로 솟았던 셔틀콕은 다시 한 번 튀어 오르지 못하고 맥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셔틀콕을 하늘로 올려 보내고 있던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한 사람이었다.
  셔틀콕이 땅에 떨어지던 순간, 그의 라켓은 등 뒤에 있었다. 셔틀콕을 몸 앞뒤로 넘겨 가며 치고 있던 모양이었다. 팔을 등 뒤로 젖힌 편치 않은 자세를 한 그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허무해 보였다. 잠시 굳어 있던 몸을 움직이고 허리를 굽혀 셔틀콕을 주운 그는 하던 것을 멈추고 자리를 옮겼다.
  라켓과 셔틀콕을 손에 쥐고 여전히 허무한 표정으로 걷는 그의 뒤로, 신문 가판대가 보였다. 창문도 문도 모두 열린 가판대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 버스 정류장 옆 가판대를 지키던 노인이 좁은 방에서 굳어 버린 몸을 풀려 혼자서 배드민턴을 친 모양이었다.
  그가 운동을 멈춘 것은, 예상치 않게 셔틀콕이 땅에 빨리 떨어져 버린 탓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을 느낀 탓이었을까.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