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에 다녀왔다.
스스로를 피해자, 혹은 생존자라고 부르는 몇 명의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영상을 상영하고, 연극을 상연했다.
누군가가 나오고 들어갈 때, 하나의 이야기나 노래가 끝날 때, 그 때마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를 했다. 멋져요, 하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티나지 않게 박수는 쳤지만, 그 이상은 하지 못했다. 집회에서 하듯, 익숙지 않은 목소리로나마 환호성을 지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멋져요, 힘내세요, 흔히들 뱉는 단어 몇 마디를 입에 담을 수도 있었지만 역시 그러지 않았다. 감히 무어라,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대에 오른 한 명은, 그냥 안아 주세요, 하고 말했지만, 내 앞에 있는 이를 과연 안아 줄 수 있을지, 그것 역시 잘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박수밖에 없었다.
박수 이외의 그 어떠한 것으로도, 나의 지지를 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공연장에서의 이야기다. 나의 공간으로, 나의 집으로 돌아 온 지금은 아마,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성폭력 상담소 블로그에 말하기 대회 후기가 올라 왔기에, 링크를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