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안 좋았다

  국회 앞에서 농성중인 여성농민회를 찾아 가는 길이었다. 취재하러 가는 것이었지만, 오전 일정이 언제 끝날지 감이 오지 않아서 따로 약속은 잡아 두지 않았다. 어차피 사무실에 가는 길이라, 혹시나 취재를 못 하게 된다 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여의도 역을 지나 여의도 공원에 가까워지자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투쟁가의 가락이었다. 공원 앞에는 전국 단위 집회가 있을 때 종종 볼 수 있는, 길게 늘어선 대절 버스 행렬도 있었다. 인턴 교사제 반대 등을 기조로한, 전국 예비교사궐기대회가 있었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 간단하게라도 기사를 쓰려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자전거를 한 쪽에 묶어두고 집회 무대 쪽으로 향할 때쯤, 노래 공연 하나가 끝나고 영상 상영이 시작되었다. 티브이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임용고사 출신 교사와 인턴 교사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남학생 모 씨는 교육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군대에 다녀오고 교생실습도 하고 임용고사를 통과해 교사가 된다. 마지막 멘트가 압권이다, "역시 교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반면 인턴 교사는 이름부터가 ‘아줌마’. 쇼핑을 하다가 길에서 인턴 교사제에 대한 소식을 주워 듣고는 대충 면접을 준비해 교사가 된다.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조는 아이들을 제대로 통제-아마도-하지 못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마침내 학생들은 하나둘 씩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교실 밖으로 나가는 문은 사교육 시장과 연결된다. 인턴 교사는 그럴 때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마지막 학생마저 일어나 교실을 나갈 즈음, 인턴 교사는 말한다. "퇴근해야지, 우리 애 학원 보낼 시간이에요."
  나는 인턴 교사제에 반대한다. 교육에 대해 아무 것도 배운 바 없는 이들이 교편을 잡을 수 있게 되는 제도에도, 교사라는 직업 마저 단기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게 되는 제도에도 나는 반대한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보면서는 도무지 그 ‘예비교사’들을 지지할 수가 없었다. 교육학을 배운다고, 교대에 다닌다고, 누구나가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 만한 자질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필 그 때 도착한 탓에, 나는 하나의 지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영상이 끝나고는 어느 운동 단체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자신도 사범대 출신이라는 그는 "아무리 교사의 권위가 떨어졌다고는 해도, 교사가 얼마나 중요한 직업입니까. 백지와도 같은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는 직업 아닙니까." 아이들이 백지는 아니겠지만, 그것이 백지이든 혹은 이미 하나의 그림이 있는 종이이든 교사가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직업임은 사실이다. 그래서 두려웠다, 그런 영상을 만들고, 보고, 박수치는 이들이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릴까.
  집회가 끝나기 전에 농성장으로 움직였다. 4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더 늦어지면 저녁 식사 시간과 겹쳐 취재를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삐 움직였지만, 그조차도 늦었나보다. 농성장에는 아무도 없고, 허수아비만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타이밍이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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