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에서 사람 둘이 걸어온다. 한쪽은 계속 말을 걸고 다른 한쪽은 곤란한 표정으로 계속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대화를 거절하는 제스쳐다. 말을 거는 쪽은 낯이 익다. 늘 저렇게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서서 "교회 다니세요?"하고 묻는 사람이다. 아니요, 하고 답하면 "다른 종교는 있으세요?"하고 묻고, 다시 아니요, 답하면 "교회나 성경공부에 관심 있으세요?"하고 묻는다. 세번째로 아니요,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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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결에 그는
나는 어느날부턴가, 고기를 끊었다.나랑 늘 밥을 같이 먹는 그 역시, 얼결에 끊다시피 하게 되었다. 나는 어느날부턴가, 자전거를 탔다.신림역쯤에서 만나 영화라도 보는 날이면, 나는 자전거를 끌고, 그는 나를 따라 걸었다. 나는 세제를 쓰지 않는다.내 방에서 그는 가끔,나 대신 설거지를 하며 투덜거린다. 내 방에는 인터넷 회선을 설치하지 않았다.영화를 보기는커녕 웹서핑조차 할 수 없는내 방에서 놀기 위해 그는 …
자전거를 새로 샀다.
망가진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 가 주시고,다른 하나가 이래저래 죽음을 고한 통에자전거를 새로 구입했다 자전거 구입 첫날에는 비가 온다.
나와 그.
고기를 먹지 않는 나.그런 나와 자주 식사를 같이 하는 그.고기를 먹지 못하게 된 나.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어 가는 그.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뿌듯해 하는 그.자신으로 남지도, 내가 되지도 못해서 곤란해 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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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을 쌓아 온 믿음조차, 깨어지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다.그만큼을 새로 쌓는 데에는 물론, 처음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고 끊임없이 흔들리게 되겠지만,중요한 것은 여전히 스스로가 믿는 일이다.상대방이 다시 한 번, 나를 믿고자 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이전보다도 더 많은 믿음을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믿는다.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