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방앗간 삼거리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임에도 그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에서 약속이 있었다. 지하철 봉천 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방앗간 삼거리’에서 내리라 하기에, 일단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웬걸, 버스 노선에는 방앗간 삼거리는커녕 방앗간도, 삼거리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기사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아직 멀었으니 가서 앉아 있으란다.(하지만 버스는 초만원이었다.) 무학 초등학교 지나서라고만 하고, 초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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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하루가 이렇게 길기는 처음입니다.한 시간이, 일 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이유도 없이 움직이며 잡다한 일들을 하는 방법도,정말이지 엄청난 가슴의 통즘을 참는 방법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모두 다 배울 때 쯤이면,나는 다시 즐거운 하루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많은 것을 배운 나는,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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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괜찮았던 적도, 좋았던 적도 없다.다만 그나마 좀 나았을 뿐.말하자면, 요즘은, 그나마 낫지조차 않다는 거다.내가 변했든, 그것이 변했든. 요컨대,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 버티기를 시작해야 하나보다. 이런 식의 글쓰기는 영 내키지 않지만,말할 수 있는 것이 정말로 요만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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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머릿속엔

#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하노라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아모리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땅에 낫다니 주나라가 싫어 상나라에 대한 충절을 지키고자 고사리만 캐먹다 죽었다는 백이와 숙제를 두고 성삼문이 쓴 시조. 그런데 찾아보니, 두 사람이 고사리를 캐 먹을 때 왕미자란 사람이 찾아와서 했던 이야기라는구나. 요즈음, 이 시조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세상에 먹을 게 없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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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계절학기로 듣고 있는 <페미니즘 미학과 예술>이라는 수업시간의 일이었다. 지난 며칠 방을 구하면서 떠 올랐던 글들을 정리하려고 펜을 들었다. 앞시간에 친 시험 공부를 위한 요약 정리가 된 종이의 뒷면에였다. 글을 끄적이면서 수업도 듣고, 수업 교재도 읽었다. 수업 교재는 여성 시인들의 시 여러 편이 담긴 프린트물이었다. 그 중 어느 시에 ‘분홍약’이라는 것이 나왔다. 우울증을 다스리는 알약을 가리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