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한담

서울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것과 머리를 감는 데 돈을 따로 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실은 서울에 와서도 몇 년을 모르고 살다가, 어쩌다 한 번 이대 근처에서 머리를 자르게 되었을 때 알았다. 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머리를 잘랐기 때문에, 시골에서나 고시촌에서나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서울에 와서 머리를 자르게 … [읽기]

‘홍반장’이 되고 싶었던 그

   그의 장래 희망 중 하나는 ‘홍반장’이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홍반장 말이다.(영화는 보지 않았으니, 그냥 카피 문구만 생각하자.) 그는 돈 잘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하지 않았고, 자신이 속한 단체나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도 하지 않았다. 마을에서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하면 언제든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 [읽기]

신입생이 되었다.

   낯선 캠퍼스에 발을 내딛었다. 처음 들어 보는 수업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르는 이름의 학자들이 쓴 논문 목록이 주어졌다. 정처 없는 학교의 낯선 구석들을 기웃거렸다. 내게 주어진 자리는 없었다.   광장에는 몇 장의 자보가 붙어있었다. 수많은 기업 광고들, 혹은 기업처럼 되어버린 동아리 광고들 사이에 겨우 몇 장만이 숨어 있었다. 새내기가 새내기에게, 새내기 혜린이의 일기―’선배’들이 얕은 … [읽기]

이런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어

   일주일 뒤면, 집에서 독립한지 딱 만 5년이 된다. 학교 기숙사에서 산 한 학기, 그러니까 3개월 반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학교 인근 자취촌의 방들을 전전했다. 반 년이 머다고 이사를 하던 때도 있었고, 그래도 한두 해 가까이 머물러 산 적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참 좋은 방에 살았다. 대부분의 방이 볕도 잘 들었고 바람도 잘 … [읽기]

지하철

   내가 한 자리, 커다란 카메라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옆으로 빈 자리 하나가 있었다. 무엇이 내키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내 카메라가 차지한 자리와 빈 자리 사이에서 고민했다. 카메라는 내 무릎으로 올라 왔고 그 사람은 내 옆에 앉았다. 왼쪽에 봉이, 오른쪽에 사람이 있는 자리에 나는 앉아 있었다. 오른쪽으로 기대는 습관이 있는 나는 불편했다.   작은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