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한담

서울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것과 머리를 감는 데 돈을 따로 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실은 서울에 와서도 몇 년을 모르고 살다가, 어쩌다 한 번 이대 근처에서 머리를 자르게 되었을 때 알았다. 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머리를 잘랐기 때문에, 시골에서나 고시촌에서나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서울에 와서 머리를 자르게 된 고시촌 입구의 미용실은 커트가 6000원이었다. 열 번을 깎으면 한 번을 무료로 깎아 주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용실이 문을 닫는 바람에 두 번 찍은 쿠폰은 쓸 수 없게 되었지만, 같은 자리에 같은 가격의 미용실이 새로 들어와 계속 그곳에서 머리를 깎았다. 새 미용실 역시 쿠폰 제도를 운영했는데, 4년을 그 곳에만 간 덕에(위의 한 번만 빼고) 지난 해에는 드디어 열 번을 채우고 공자로 머리를 깎아 보기도 했다.

뜬금없이 미용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몇 달만에 머리를 잘랐기 때문이다. 코를 덮을 만큼 길게 내려온 앞머리와, 목을 완전히 가렸던 뒷머리, 볼을 거진 다 가렸던 옆머리가 모두 사라졌다. 늘 하듯, 너무 짧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잘라주세요, 하고 말했다. 생각보다 더 짧게 되어버렸지만, 이미 잘린 머리를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니 괜찮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자르면서 괜히 가르마를 타 놓은 탓에 이발 가운을 벗자마자 일어서서 머리를 흔들어 가르마를 풀었더니, 머리카락을 터는 줄 안 미용사가 머리를 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수대로 다가가고 있자니 직접 감으셔도 되고 감겨 드리기도 해요, 하고 말한다. 감겨 주는 것은 실은 늘 부담스러워 무심결에 제가 감을게요, 하고 답하고 나서야 알았다. 머리를 감겨 주면 돈을 더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처음으로 학교 후생관 미용실엘 갔다. 커트는 4200원, 머리까지 감겨 주면 5000원. 싸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학부에 다닐 때 그곳은 고시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강사들만이 가는곳으로 여겨졌다. 어떤 곳이건 상관은 없었지만, 강사같은 머리로 잘라 놓을까 두려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오늘도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들어와 옆에 앉은 강사는 옆머리는 하얗게 밀어주세요, 하고 말했다.


제가 감을게요, 하고 답은 했지만 머리 감기는 쉽지 않았다. 감아도 감아도 물만 개수대로 흘러가고 머리에 남은 머리카락은 사라지지 않아 결국 도중에 포기했다. 머리를 감겨주지 않으면 말려주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찬 바람을 젖은 머리로 맞으며 타박타박 걸었다. 쓸쓸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좀 민망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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