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 되었다.

   낯선 캠퍼스에 발을 내딛었다. 처음 들어 보는 수업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르는 이름의 학자들이 쓴 논문 목록이 주어졌다. 정처 없는 학교의 낯선 구석들을 기웃거렸다. 내게 주어진 자리는 없었다.
   광장에는 몇 장의 자보가 붙어있었다. 수많은 기업 광고들, 혹은 기업처럼 되어버린 동아리 광고들 사이에 겨우 몇 장만이 숨어 있었다. 새내기가 새내기에게, 새내기 혜린이의 일기―’선배’들이 얕은 꾀를 써서 지은 제목의 글들이었다.
   새내기란 말은 어딘지 조금 우습다. 새로운 이, 그 단어가 미숙하다는 뜻을 원래부터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런 뜻으로 쓰인다. 처음 대학에 들어와 처음 대학을 경험하는, 미숙하고 어린 아이들, 그런 뜻으로 그 말은 쓰인다.
   묘하게도, 본인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새내기라고 칭하게 되기도 한다. 선배들 앞에서 자기를 낮추는 말이 되기도 하고, 부질 없는 신입생의 특권을, 기껏해야 밥을 얻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특권을 지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실은 자기 자신에게는 쓸 수 없는 말일 테다.
   우습게도, ‘새내기’로 묶이는, 그래서 대학을 처음 경험하고 대학에 대해서, 그러니까 학문이나 자치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의 틈사구니에 그렇지 않은 이들이 끼어 있다. 다른 곳에서 이미 몇 년이나 대학을 경험한 이도 있고, 대학이 아닌 곳에서 대학생보다 많은 것을 경험한 이도 있다.
   1년 만에 찾은 캠퍼스는 낯설었다. 원래가 좋아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4년간 비비적대며 익숙해진 곳이었다. 한 해 동안 멀어져 있었더니, 받아들일 수 없는 풍경은 다시 생경한 것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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