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김해에서

*외할아버지 제사에 갔다가, 몇 년만에 외가 친척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외삼촌 외숙모 가족은 거진 6, 7년 만에 본 셈이니,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다. 그 집에는 아이가 셋이다. 제일 큰 애가 열여섯, 둘째가 열하나, 막내가 일곱살이다. 징그럽게도 매달리는 막내랑 놀아주고 있는데 문득 그아이가 내 나이를 물었다. 스물 셋이라고 답했더니 군대 가야겠네, 라고 반문한다. 그렇다고 하니 하는 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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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일들.

*   설인데도 부산에 가지 않았더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정확히는, 리포트 작성에 투자해야 할 시간을 딴짓하느라 남겨먹고 있는 중인 거지만. 게으르게 뒹굴거리면서도 하루 세 끼는 다 챙겨먹고 있다. 놀고 또 놀다가, 거진 1년 쯤 묵은 일 두 가지를 드디어 해치웠다. *   재작년 겨울, 그러니까 2007년 12월에 태안엘 갔었다. 다들 그랬듯, 기름을 닦으러 말이다. 인연맺기 운동본부의 프로그램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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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쓰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탄 것도 어느새 반년이 넘었다. 처음 탔던 자전거는 7만원인가를 주고 산, 투박한 물건이었다. 무거운 물건이었고, 튼튼한 물건이었다. 그럭저럭 굵은 자물쇠도 달려 있었고, 어느것 하나 싣지 못한 적 없는 짐받이에, 흙받이까지도 달려 있었다. 전지 값을 댈 자신이 없어 등은 달지 못하였지만, 앞뒤로 반사경 역시 빠짐없이 붙어 있었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새로 산 물건은 가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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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첫날

*‘연말연시’와 같은 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는 않는데, 하루종일 방 안에만 있었더니 아이러니컬하게도 독특한 날이 되어 버렸다.*집에 손님이 오기라도 하지 않으면 보일러는 잘 켜지 않는다. 요 며칠도 계속 보일러를 켜지 않고 살고 있다. 그랬더니 어제 저녁에 주인집에서 창문을 두드리더라. 성가셔서 응대하지 않았는데 계속 두드리길래 마지 못 해 문을 열었더니, 아저씨가 들어 오셔서는 손수 보일러를 켜 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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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간만에 탄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몸은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안 좋은 상태였다. 울렁거리는 속을 누르며 기둥을 잡고 서 있다가, 휘청거리는 몸을 점점 가누기 어려워져 손잡이까지를 잡았다. 기둥을 잡은 왼손과 손잡이를 잡은 오른손의 모습이 마치 누구를 껴안을 때와 닮았다. 그런 내 앞, 자리에는 어느 여자가 앉아 있다.    그렇게 양팔에 몸을 의지한 채 잠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