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전하던 이

지하철에 복음을 전하는 할아버지가 들어 섰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교회에 갈 것을 권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윽박지르는 류만 아니라면 전도하는 이들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엔 그런 류였다.

예수를 모르는 년이 어떻게 여자야, 무식한 년!

어떠 년인지도 모르는 어떤 여자를 향해 그는 욕을 내뱉었다. 순간 열이 뻗쳐서 저기요, 라고 말을 붙이려는 순간 그는 또 외쳤다.

예수를 모르는 놈이 어떻게 남자야, 무식한 놈!

슬쩍 당황해서 말을 삼켰는데, 그 즈음 그는 반대 편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이에게, 학생 교회 다녀? 하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이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엄마 아빠랑 같이 다녀, 하고 덧붙이며 발걸음을 이었다. 그런데 질문받은 이가 말을 붙였다.

저는 교회 안 다니는 사람보다 큰 소리로 떠드는 할아버지가 더 무식해 보이는데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안 들려.

그는 발걸음을 계속해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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