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면, 집에서 독립한지 딱 만 5년이 된다. 학교 기숙사에서 산 한 학기, 그러니까 3개월 반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학교 인근 자취촌의 방들을 전전했다. 반 년이 머다고 이사를 하던 때도 있었고, 그래도 한두 해 가까이 머물러 산 적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참 좋은 방에 살았다. 대부분의 방이 볕도 잘 들었고 바람도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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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가 한 자리, 커다란 카메라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옆으로 빈 자리 하나가 있었다. 무엇이 내키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내 카메라가 차지한 자리와 빈 자리 사이에서 고민했다. 카메라는 내 무릎으로 올라 왔고 그 사람은 내 옆에 앉았다. 왼쪽에 봉이, 오른쪽에 사람이 있는 자리에 나는 앉아 있었다. 오른쪽으로 기대는 습관이 있는 나는 불편했다. 작은 …
취객과 아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내가 앉은 자리 옆에 아이를 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엄마로 보이는 아이 업는 사람과, 할머니로 보이는 동행이 아이를 얻니 안니 하며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자리를 내어 주었더니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고맙다고 말하며, 포대기를 풀어 아이를 앞으로 안고 자리에 앉았다. 엄마로 보이는 사람과 할머니로 보이는 사람의 사이에 선 아이는 둘을 번갈아 보며 연신 …
1년 만의 장례식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과, 유가족의 행복을 비는 것 중 어느 쪽을 먼저 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처음으로 돌아 오는 기일을 겨우 열하루 남겨 두고 이제야 장례식을 치르게 된 가족들,죽어서 식은 몸을 더 싸늘한 냉동고에 누인 채 한 해 가까이를 보낸 고인들, 안도와 서러움이 한 데 섞인 눈물을 흘릴 그 곳에 가지 못해 심란하다. 1월 9일, …
카페에서
"내가 얼마나 큰 사람인지 알겠지,오빠 같은 사람 만나야 된다." 아저씨 하나, 후배 두 명을 앉혀 놓고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