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낸 <보통의 경험>(이매진, 2011)을 읽었다. 공식적인 리뷰, 그러니까 좋은 말만 쓴 책 소개는 여기. 그리고 공동 저자 5인 중 한 분인 당고 님의 책 소개는 여기. 일부러 볼륨을 한껏 높인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읽었다. 책이 성폭력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쉬이 읽히는 것은 아니었다. 이틀 쯤을 망설이다 결국, 최대한 집중하지 않고 읽어 …
카테고리 글 보관함:전체
경험의 편협함
* 바퀴벌레 인생의 3분의 2 쯤은 시골에서 보냈다. 집에서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집은 갖가지 농지들에 둘러 싸여 있었고 그 농지들은 또 몇 개의 산들에 둘러 싸여 있었다. 때로는 남의 밭을 휘젓고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네 농사일을 돕기도 하며, 그리고 대개는 산에 들어가 개울물을 훑고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랬던 시절 동안 본 것은 정말이지 많다. …
마을버스 한담
* 밤 열한 시 쯤 학교에서 나가는 마을 버스를 타면 나오는 방송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농협의 공익 광고,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청에서 제작한 충고 한 마디. * 농협 공익 광고는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라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 경고문을 언급하며 당신에게 힘이 될 사람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말한다. 그런데 말이지, 이 사람아, 그 문구는 …
궁금하고, 때로 그립다
저기 저 쩍벌남…이 후보인 친구. 선본 이름은 무려 ‘나는 후보다’ 학부 때 동아리에서 연을 맺은, 그래서 졸업할 때까지 같이 운동했던 친구는 여전히 학부에 남아 있다. 인문대와 사회대, 사이에 있는 거라곤 법대 하나뿐인데 그것도 멀다면 먼 거리라 거의 만나지는 못하고, 자보나 포스터들을 통해 안부만 가늠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사회대 학생회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기에, 같이 활동했던, 그리고 …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 감히 말하자면,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의, 그리고 대학교 때의 몇몇 친구들에게 나는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존재다. 그러니까, 굳이 찾아 연락하지 않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만날 수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거기까지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지만, 그 이상 딱히 힘이 되지는 않는 존재. 시간 내어 만나 봐야 자신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