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붙이던 사람

학교에서 학술대회 포스터를 붙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동아리나 학생회 혹은 학술대회 포스터/자보는 피하고 상업 광고는 개의치 않고 가렸다. 어느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고, 그 옆 다른 게시판에 또 붙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짜증 섞인 목소리다. "저기요, 제가 방금 붙였는데 그 위를 저렇게 덮으시면 어떡해요." 방금 붙인 포스터를 보니 악기 레슨 전단지를 1/3 정도 가리고 있다. "저것 좀 옮겨 붙여 주세요."

"네"하는 대답을 듣고서도 그는 여전히 짜증난 표정이었지만, 전단을 마저 붙이러 떠났다. 나는 돌아가서 전단을 옆으로 옮겨 달았다. 그리고는 이어 다른 게시판들을 옮겨 다니며 포스터를 붙였다. 내가 지나간 모든 게시판에 그 전단지는 먼저 붙어 있었다. 때로는 기업 광고 위에, 때로는 동아리 회원 모집 공고 위에, 또 때로는 학생회 선거 대자보 위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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