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지고 돌아왔다

간만의 휴가를 맞아 서울로 놀러 온 친구를 포함해, 네 명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철도 노조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민주노총 건물에 경찰이 들어갔다는 정도까지를 알고 있었다. 대강의 소식을 알아보니 연행 중이자 대치 중이라고 했다. 밥을 먹고 우리는 민주노총 사무실을 향했다. 시청역에서 민주노총 사무실까지 쭉 이어진 길 곳곳에 경찰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일부는 … [읽기]

자전거로 온 편지

자전거를 타려는데, 바구니에 뭔가 담겨 있는 게 보였다. 곱게 접은 종이. 선교회에서 배포한 글이었다. 접은 채로 오래 뒀는지 겉만 색이 변해 펼쳐 두면 나름의 무늬도 새겨져 있는데, 아쉽게도 스캔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 – – 종말에 나타나는 귀신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한국의 기독교인들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 영 분별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 [읽기]

담뱃갑과 경계

외관 ― 인종이나 차림새, 혹은 눈빛이나 냄새까지도 ― 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때로 누군가를 경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대를 보고 경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집에 가는데 길에 서 있던 누군가 팔을 뻗고 말을 붙였다. 이리저리 페인트가 묻은 … [읽기]

전단지 붙이던 사람

학교에서 학술대회 포스터를 붙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동아리나 학생회 혹은 학술대회 포스터/자보는 피하고 상업 광고는 개의치 않고 가렸다. 어느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고, 그 옆 다른 게시판에 또 붙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짜증 섞인 목소리다. "저기요, 제가 방금 붙였는데 그 위를 저렇게 덮으시면 어떡해요." 방금 붙인 포스터를 보니 악기 레슨 전단지를 1/3 정도 가리고 있다. … [읽기]

자전거

간만에 학교에서 홍대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언제나처럼,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간만에 타는 큰 자전거는 시원시원해서 좋았지만 상체를 숙이고 타자니 허리가 아팠다. 작은 바퀴에 익숙해 진 몸이, 큰 바퀴를 움직이려다 가끔 당황하기도 했다. 신림역 앞은 혼란스러웠다. 인도쪽으로는 차가 이중으로 주차되어 있었고, 불과 십 미터 앞에 차가 오는데 중앙선을 밟고 유턴하는 차도 있었다. 엉켜도 멈추지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