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석과 1년

죽음이 망각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망자의 삶이 송두리째 망각되는 것이다. 뉴스에서 소상히 알려 주는, 낯모르는 이들의 삶과 죽음, 그러한 방식으로 내 삶과 먼 곳에 있었던 이들의 죽음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어느 피해자의 일생과 죽음, 혹은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의인들의 죽음이 내게는 그러하다. 어떤 경우에는 그저 죽음만이 망각된다. … [읽기]

예쁘고 고운 것만 보고 살고 싶은데

밤중에 창밖에서 비명 소리 비슷한 무언가가 들릴 때면 안절부절 못한다. 그 고음이 괴로움이나 두려움의 비명이 아닌, 괜히 질러 본 소리거나 즐거움의 소리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가라 앉지 않는다. 비명에 이어 웃음이 들려 오지 않으면, 기어코 나가 밖을 살펴 보아야 한다. 예쁘고 고운 것만 보고, 밝고 고운 것만 들으며 살고 싶지만 녹록지가 않다. 지금 사는 곳에서는 … [읽기]

아마 또 지고 돌아왔다

* 12월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다녀왔다. 사람은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서울시청 광장은 스케이트장으로 반토막이 나 있고, 그걸 또 경찰이 틈 없이 둘러싼 통에 붐비기는 했지만. 그래서 결국 무대가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을 맴돌다, 카페에 들어가 찬바람을 피하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3시에 집회 하나, 4시에 또 하나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안내 방송들이 이어지다 … [읽기]

나는 오늘도 지고 돌아왔다

간만의 휴가를 맞아 서울로 놀러 온 친구를 포함해, 네 명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철도 노조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민주노총 건물에 경찰이 들어갔다는 정도까지를 알고 있었다. 대강의 소식을 알아보니 연행 중이자 대치 중이라고 했다. 밥을 먹고 우리는 민주노총 사무실을 향했다. 시청역에서 민주노총 사무실까지 쭉 이어진 길 곳곳에 경찰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일부는 … [읽기]

자전거로 온 편지

자전거를 타려는데, 바구니에 뭔가 담겨 있는 게 보였다. 곱게 접은 종이. 선교회에서 배포한 글이었다. 접은 채로 오래 뒀는지 겉만 색이 변해 펼쳐 두면 나름의 무늬도 새겨져 있는데, 아쉽게도 스캔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 – – 종말에 나타나는 귀신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한국의 기독교인들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 영 분별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