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의 안팎

2021.07.17.(토)

서울에 다녀왔다. 씻고 찬물을 들이켜고 바나나를 하나 먹고 앉았다. 지난밤엔 산책을 마친 후 번역을 조금 했고 짐 정리는 하지 않았다. 산책은 기약 없이 걷느라 아주 멀리까지 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마침 막다른 길에 들어 돌아 왔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아침에도 짐정리는 하지 않았다. 눈을 뜨니 앞에 개어둔 이불에 바퀴벌레가 앉아 있었다. 크지는 않았고 …

제천의 안팎

2021.07.16.(금)

일과가 좀 남았지만 일기를 먼저 쓰기로 했다. 일곱 시인지 여덟 시인지에 깼나. 다시 잠들었을까. 열 시쯤부터 하루를 시작한 것 같다. 샤워를 하고는 다시 누웠다. 점심께까지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뒹굴었다. 옹심이칼국수를 먹은 집에서 콩국수를 먹었다. 집에서 5분쯤 혹은 7분쯤 걸어 나갔을 것이다. 설탕도 소금도 나오지 않았고 밍밍했지만 구태여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국물은 좀 남겼다. 거기서 …

제천의 안팎

2021.07.15.(목)

이사 오고 첫 서울행.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서울 갈 일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사 전에 잡아 둔 일정이지만. 명목상으로는 출장이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어떤 일을 맡겨 주셔서 회의를 다녀왔다. 공감에서 불러주시면 가야 한다는 마음이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마음이 무겁다는둥, 말을 충분하고 친절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 곤란할 거라는둥, 이건 비밀인데 사실 아무데도 …

제천의 안팎

2021.07.14.(수)

낮은 더우니까 짐정리는 저녁에 조금씩, 이라는 계획엔 큰 헛점이 있으므로 어제는 아침 일찍 책꽂이 하나를 정리했다. 저녁엔 대개 기운도 의지도 없으니까. 역시나 대충 책꽂이 앞에 놓여 있는 것들을 집어들었는데 지난번에 이어 페미니즘, 퀴어, 장애 관련 서적들과 시집, 비판철학서 일부를 꽂았다.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은 아마도 거의 다 꽂은 셈일 것이다. 사진집이나 전시도록 같은 것들이 …

제천의 안팎

2021.07.13.(화)

아침저녁으로 화상회의가 있었다. 아침 회의는 열 시. 일어나서 어제 먹은 것을 설거지하고 커피를 내렸다. 서울에서 산 원두가 애매하게 남아서 평소보다 많이 내렸다. 부엌에서 짐을 받치고 있던 작은 책상과 의자를 침실로 ― 짐을 아직 정리하지 않아서 거실엔 공간이 없다 ― 옮기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의자도 들였다. 회의는 한 시간 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스터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