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3.(화)

아침저녁으로 화상회의가 있었다. 아침 회의는 열 시. 일어나서 어제 먹은 것을 설거지하고 커피를 내렸다. 서울에서 산 원두가 애매하게 남아서 평소보다 많이 내렸다. 부엌에서 짐을 받치고 있던 작은 책상과 의자를 침실로 ― 짐을 아직 정리하지 않아서 거실엔 공간이 없다 ― 옮기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의자도 들였다. 회의는 한 시간 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스터디 발제용 번역을 조금 했나, 그리곤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지나간 적은 있지만 어떤 식당이 있는지 살펴본 적은 없는 길. 코다리 어쩌고 하는 집이 있길래 들어가려 했으나 화요일은 휴무라고 했다. 조금 더 가서 나온 골목에서 보리밥집을 발견했다. 칠천 원, 서울에서 나올 법한 양의 두 배가 나왔다. 오늘도 맛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스크를 벗자 오래된 식당의 퀴퀴한 냄새가 잠시 코를 찔렀던 것만 기억난다. 손주인지가 자주 오는 곳이었을까, 초로의 한 사람만 일하고 있었다. 장난감이 여럿 있었다.

번역을 마저 했, 어야 했지만 조금 하다 말고 친구랑 노닥거렸다. 딱히 웃음이 나올 법한 처지는 아닌 그와 잡다한 이야길 하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는 잠시 누워 있었다. 여섯 시 십오 분쯤, 퍼뜩 회의 생각이 났다. 일곱 시까지 돌아오려면 무얼 먹어야 하지, 분식집을 찾아 라면을 주문했다. 김치 두 가지가 반찬으로 나왔다. 먹고 있자니 취나물을 내어 주셨다. 주인의 말을 많이 듣지는 않았는데 경상도 말씨인 것 같았다. 강원도 어디의 말일지도 모른다.

십 분쯤 남기고 돌아왔다. 서울에서 친구가 선물해 준 원두를 뜯어 커피를 내리고 자리에 앉았다. 알고 보니 회의는 일곱 시 반부터였고, 삼십 분은 별 일 하지 않고 흘려 보냈다. 회의는 두 시간을 했고 자기소개 외엔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오전 회의 때도 비슷했다. 대부분의 회의에서 그런 식이다.

아침엔 저녁 회의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래서 저녁엔 짐을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손도 대지 않았다. 회의를 마치고는 산책을 나섰다. 딱히 걷지는 않고 물가에 앉아 개구리 소리나 들을 요량으로. 하지만 고요했다. 삼십 분쯤 논 사이를 걸으며 드문드문 조용조용 우는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거의 집앞으로 돌아왔다가 방향을 틀어 이십 분쯤 더 걸은 후에 처음에 갔던 물가에 다시 이르렀다. 개구리가 울고 있었다. 한 시간쯤 벤치에 누워 있다 들어와 씻고 이 일기를 쓴다.

그저께 넌 빨래는 오늘 아침까지도 마르지 않았다. 어제 아침엔 해가 뜨지 않았다. 창을 열어 두었지만 바람도 그다지 불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열 시가 지나서야 볕이 났다. 점심께쯤 만져 보니 겨우 다 말라 있었다. 걷지는 않았다. 아직 행거를 설치하지 않았으므로 걷어도 둘 곳이 없다. 침실 통창에 커튼도 달지 않아 건너편에서 안이 들여다 보이므로 빨래건조대로 창을 가려두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친구가 커튼을 선물해주기로 했는데 아직 창 치수도 주소도 알려주지 않았다.

저 친구가 주소를 물어와서 뒤늦게 알았다. 전날 주소를 물은 이가 선물을 보내려고 그랬다는 것을. 계약서를 써야 하는 참이라 별 생각 없이 주소를 전했는데 역시나 선물을 보내왔다. 커피잔. (커피잔인지 홍찻잔인지 실은 잘 모르지만, 속에 그림이 없으면 커피잔이라고 배웠다.) 저녁 회의 땐 그 잔으로 커피를 마셨다. 주소를 물은 이가 하나 더 있지만 역시 알려주지 않았다.

밤에 걸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아파트가 여럿 있으므로 주위가 아주 어두운 편은 아닌데도 별이 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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