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7.(토)

서울에 다녀왔다. 씻고 찬물을 들이켜고 바나나를 하나 먹고 앉았다.

지난밤엔 산책을 마친 후 번역을 조금 했고 짐 정리는 하지 않았다. 산책은 기약 없이 걷느라 아주 멀리까지 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마침 막다른 길에 들어 돌아 왔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아침에도 짐정리는 하지 않았다. 눈을 뜨니 앞에 개어둔 이불에 바퀴벌레가 앉아 있었다. 크지는 않았고 많지도 않았다. 잠깐 당황했지만 곧 진정했다. 개어둔 이불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꿈이었다. 정말로 눈을 잠깐 떴다가 조금 더 잤다. 깨어서는 누운 채로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열한 시쯤 집을 나섰다. 오늘도 버스를 탈까 했지만 다음 차가 25분 후래서 그냥 걷기로 했다. 집 앞 정류장에서 터미널까지 걸어도 20분이면 족하다. 그젠 분명 버스 두 대가 3분 간격으로 지나갔는데 어떻게 된 걸까. 웹 지도의 계산에 따르면 집에서 터미널까진 걸어서 33분이 걸린다. 처음엔 실제로도 그랬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도 어느 골목인지 고민하지도 않고 걸으니 25분으로 줄었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메밀국수를 먹었다. 마셨다, 에 가까운 속도로. 지하철로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것은 일정을 40분쯤 남겨두고였다.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친구가 앉아 있었다. 잠시 있다 같이 밖으로 나와 공원에 앉았다. 일정은 연극 관람. 친구와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연극은 여러모로 어려웠다. 리뷰를 써야 한다. 다른 마감이 먼저 있으므로 천천히 생각할 것이다.

연극이 여러모로 어려웠다, 는 이야기를 하며 친구와 걸었다. 서점에 들러 책구경을 했고 밥을 먹었고 골목 구경을 했다. 커피를 사 들고 다른 공원을 또 좀 걸었다. 비가 오다 말다 했고 흰 구름이 크고 짙었다. 친구는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덩달아 나도 조금 찍었다. 다른 서점도 하나 구경했다. 여기 적지 못할 이야기를 조금 했다.

이사 선물은 아닌 선물과 정체 모를 선물을 받았다. 앞의 것은 필름과 편지. 뒤의 것은 즉석밥.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커피 드립백을 저렇게 큰 상자에 담다니,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즉석밥 상자 몇 개를 묶은 것이 내 집 주소가 매직으로 적혀 있고 택배 운송장은 붙어 있지 않다. 누가 왜 어떻게 보낸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비어 있은지 좀 된 것 같으니 이전 주인에게 온 것도 아마 아닐 것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몇 안 된다. 심지어는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도 아직 모르는데. 내일 수소문해 봐야지. 그리고 내일은 꼭 짐을 조금 더 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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