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라는 주제를 지금 꺼내 들기에는 때가 적당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건강, 한때의 유행어로 웰빙이니 참살이니 하는 걸로 불렸던 그것이 화두인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가 버렸으니 말이다. 요즘의 화두는 그저 생존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기에 건강은 지금 더더욱 중요한 주제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어쩌면 밑천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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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와 공적공간
여성혐오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언어가 있을 것이다. 내게서 그것은 공적공간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흔히들 말하듯, 여성을 좋아하면서도 ― 아마도 성애의 대상으로 ― 여성혐오를 할 수 있다. "아마도 성애의 대상으로"라고 썼다. 이것이 일종의 비꼼임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대상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면, 나와는 다르면서도 어떤 실체를 가진 존재로서 대할 수 없다면, 관계란 …
모두가 유족이다, 라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닌
어느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었다. 죽인 사람은 칼을 들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둘 사이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죽인 사람은 남자였고 죽은 사람은 여자였다는 것이 그들의 관계를 그릴 수 있는 표지의 전부다. 남자라서 죽인 것이다. 여자라서 죽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데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의 일탈을 갖고서 그렇게 일반화하지 말라고들 했다. "살아 남았다"는 다른 …
녹색당에 투표하기로 했다
나는 한때 사회당의 당원이었다. 희망사회당, 한국사회당 등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2005년에서 2012년까지 당적을 두고 있었다. 2012년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합당한 후, 나는 당적 없는 사람으로 돌아 왔다. 합당에 찬성했음에도 (당대회에 가지 않아 찬성표를 던지지는 못했다) 당적을 버리기로 한 것은, 당시 진보신당이 한 성폭력 사건 사후 조치를 미흡하게 한 탓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정당 정치에 큰 관심이 …
2016년 3월 20일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려던 참이었다. 맞은편에서 누군가 다가오다 주춤 멈춰 섰다. 저 이도 담배를 피우려나, 싶었지만 그는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손에는 무엇인가 들고 있었다. 내가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동안, 그 이는 몇 걸음을 더 걸었다. 시야의 경계선에서 그는 내내 주춤거리고 있었다. 몇 모금을 들이 쉰 후에야 그는 내게 다가왔다. “죄송한데 전화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