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8-12.(수-일)

2021.09.08.(수)

집 근처 식당에서 옹심이칼국수로 이른 점심을 먹고 옆 동네 카페로 갔다. 집 앞 카페에 앉았다간 금세 집으로 돌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느리게 일했다. 그나마도 아주 오래 하지는 못했다. 봐야 할 글을 프린트해서 갈까 하다 종이를 아끼기로 했는데 컴퓨터로는 역시 계속 딴짓을 하게 되었다. 세 시간 정도 앉아서는 거의 진도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가는 길에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고 오는 길에는 생협 매장에 들러 빵을 샀다. 저녁은 집 근처 중국집에서 먹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게맛살과 짜장 소스를 빼고 짬뽕 국물 대신 계란국을 곁들인 볶음밥. 이번엔 저번이랑 똑같이 드리면 되죠, 하는 질문을 받았다. 밥을 먹던 중에 백인 두 사람이 들어 왔다. 영국이나 미국의 영어는 아닌 듯한 영어를 쓰는 것이 신기해 이따금 귀를 기울였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니 저분들이 평소에 그렇게 드셔서 금방 알아들었던 것, 이라고 하셨다. 게맛살을 빼달란 말에 곧장 짜장 소스와 짬뽕 국물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이 흔치 않은 경험이었는데 먼저 그런 이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저녁 먹기 전엔 산책을 ― 아주 짧게 ― 했다. 산책로 입구의 저수지 근처를 걸으며 석양으로 노래진 이것저것,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저녁 먹은 후엔 집에서 일했겠지. 오래 했을진 몰라도 많이는 못 했을 것이다. 이날은 재난지원금이 들어왔다. 6월 데이터 기준이라 서울 관악구로 배정되었는데 어렵지 않게 제천으로 바꿀 수 있었다.

2021.09.09.(목)

일찍 서울행. 시청 근처 사진관에 필름을 맡겼다. 필름을 샀다. 그다음엔 식사. 깡장집이었나 하는 강된장 집이 있었던 걸 떠올리고 그리로 갔는데 없었다. 길을 기억하는 능력이 없으므로 엉뚱한 데로 간 걸지도 모른다. 건물은 비슷해 보였다. 밥집이 있어서 거기서 먹었다. 들깨시래깃국. 경상도에 살 땐 늘 시락국이라고 불렀는데 서울에서는 어딜 가나 시래깃국이다. 시래기국, 이라고 적었다가 시래깃국이래서 고쳤다.

카페에 앉아 일했다. 이번엔 얌전히 프린트해서 보았다. 그럭저럭 쓸만한 속도로 일했다. 한 덩어리를 마친 후엔 이동. 근처에서 만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가는 길엔 친구가 하는 책방에 들러 선물할 책을 한 권 샀다. 알고 가도 찾기 힘든 힙한 카페… 점원인지 점주인지 무서운 사람이 안내해 준 탓에 먹고 싶었던 것 대신 시그니처 메뉴라는 것을 먹었다.

저녁엔 춤추는허리 워크숍. 지난주보단 덜 부끄럽게 했다. 내가 속한 모임에서 했지만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은 작업을 하나 소개한 덕이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다행히, 거의 아무거나 골라잡다시피 해서 가져간 저것이 그들이 지금 준비 중인 작업과 닿는 데가 있다고 했다.

마치고 시외버스를 타자니 시간이 조금 애매해서 (워크숍 하면서 샌드위치를 이미 먹은 터였지만) 밥을 먹고 고속버스 막차를 타고 귀가했다. 일찍 잤을까, 기억이 안 나네.

2021.09.10.(금)

또 일했지 뭐… 전날 종이에 표시한 것을 컴퓨터로 입력하는 데에 하루를 보냈다. 점심은 분식. 저녁은 오랜만에 마라샹궈. 저녁엔 뻗었을까. 밤엔 다시 다음 파트를 시작했다. 또 느리게 느리게. 새벽 다섯 시즈음까지 일한 것 같다.

2021.09.11.(토)

서울행. 아침 차를 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늦게까지 일한 탓에 그러지 못했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각으로 예매했는데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가 타이밍이 안 맞아서 한 번 더 미뤘다. 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보리밥이 없다며 쌀밥도 괜찮겠냐고 했던 보리밥집. 열두 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으므로 이번엔 보리밥이 남아 있겠지 했는데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보리밥은 품절, 같은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목적지는 성수. 정확히는 丙소사이어티의 리서치 레지던시 결과발표회 ― 혹은 결과발표를 위한 공연 ― 〈꿈과 희망의〉 공연장(혹은 연습실). 일정이 늦어졌지만 그래도 시간이 조금은 남은 덕에 근처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잠시 구경했다. 책보다는 이런저런 사물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런 사람이 집엔 왜 이렇게 책을 쌓아 놓고 사는 걸까. 그래도 이사하면서 꽤 줄였다. 〈꿈과 희망의〉는 묘했다.[1]12일 일기를 〈김이박…〉이 좋았다는 말로 끝내곤 여길 다시 보니 묘했다는 말은 비판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곧 따로 무언가 쓸 것이다. 공개할지는 모르지만.

저녁은 근처 비건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줄이 너무 길어서 미련 없이 돌아섰다. 허위허위 골목을 돌아다니다 마주친 태국 식당에서 먹었다. 팟타이와 똠얌쌀국수. 둘 다 새우가 들었다. 익선동 어딘가에서 잤다.

2021.09.12.(일)

체크아웃 시각을 거의 다 채우고 나왔다. 점심은 비건식당에서 먹을까, 하다 그냥 아무 식당에서나 먹었다. 고기가 든 찌개. 저녁은 고기 패티가 들지 않은 ― 버섯과 치즈로 속을 채운 ― 버거를 먹었다.

숙소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혜화로 넘어갔다. 카페에서 일했다. 원랜 전날 밤에 숙소에서 하려 했던, 정확히는 해야 했던 일이다.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는 알람을 맞춰 놓고 잤다. 새벽에 잠깐 깼지만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아침에 다시 깨어 담당자에게 밤에 보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출근하신다고 해서 일부라도 낮에 드리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전부를 보냈다.

오후에는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관람. 이번 이틀의 서울행에서 가장 먼저 정해진 일정이다. 지난해 공연을 본 친구가 추천했다. 그는 올해 공연도 여러 번 본다. 일단, 좋았다, 고 써둔다. 극장을 나오면서는 엄청 잘 만들었다, 고 말했던 것 같다. 이 공연에 대해서도 무언가 쓸까. 쓴다면 공개할 것이다.

제천 터미널에 내려서는 집까지 걸었다. 버스가 한참 후에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가방에 옷가지며 노트북이며가 있었으므로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날이 선선했다. 편의점에서 술을 한 캔 사서 마시며 걸었다.

1 12일 일기를 〈김이박…〉이 좋았다는 말로 끝내곤 여길 다시 보니 묘했다는 말은 비판 같지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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