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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반올림 합의에 부쳐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이라는 데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 2010년이었던 것 같다. (반올림은 2008년 초에 결성되었고, 그 전신쯤 되는 삼성반도체집단백혈병진상규명과노동기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는 2007년 말에 발족했는데 구성단체 중에 당시 내 소속 단체인 대학생사람연대도 있었으니 아마 존재는 그 전부터 알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서교동에 살면서 자전거로 신림동을 자주 오갔는데, 지나는 길목에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가 있었다. 어느날 그 앞에서 방진복을 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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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부음에 부쳐

2009년 김대중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소규모 언론사였고 데스크의 개입이 거의 없는 곳이었는데, 아마 그때가 유일하게 특정 기사 작성을 요구 받은 때였던 것 같다. 별 건 아니었고, 김대중의 일대기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내게는 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가 대통령직을 맡았던 시기의 나는 정치 같은 데엔 관심이 없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그의 삶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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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의 추억

어제는 모 작가님의 곧 공개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배경 삼을 곳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고르라고 하셨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자주 모여 놀고 회의를 했던 친구네 집은 친구의 유학과 함께 사라졌고, 다른 좋아했던 몇몇 장소들도 그곳에서 시간을 공유했던 이들과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잘 찾지 않게 되었다. 뒤늦게 고민을 시작했는데, 착각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아닌 내게 의미 있는 장소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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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역자와 피해자

부역자라는 말이 떠돈다. 사전적으로야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각자에게서 국가는 다른 상으로 그려지므로, 반동적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에 가담한 이들을 가리키는 데에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어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부역자 여성’을 이야기하자면 이런 식이다. 남성과 결혼하(고 심지어 남아 ― “한남유충”! ― 를 키우)는 가부장제에의 부역자, 남성을 상대로 성판매를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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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의 용기

페이스북페이지 “경계없는 페미니즘”에 게시함(열기). * 몇 년 전의 일이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팔을 뻗어 길을 막았다. 그는 남성으로 보였고, 덩치가 컸고, 옷이 더러웠으며, 말을 더듬었다. 이런 흔한 표지들 앞에서 나는 긴장했다. 그는 그 팔을 움직여 나를 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를 자세히 살핀 것은 그 다음 순간의 일이다. 옷에 묻은 것은 물감이나 페인트 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