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은 늘 쉽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 지하철 예술무대에서는 시민 노래자랑이 열리고 있다. 사회자는 참가자 하나하나에게 사는 곳과 직업을 묻는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을지로에서 왔어요. 아니, 을지로면 여기잖아요? 네. 그럼 노숙을 하신다는 거에요? 아니요. 을지로 어디서 오셨어요? 을지로 4가에 살아요. 그렇죠,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께서 노숙을 하면 큰일 나겠죠, 자 그럼, 노래 들어보겠습니다.  질문하는 사회자도, 답하는 참가자도, 그리고 구경하는 … [읽기]

삶의 무게

삶에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의 일부는, 피할 수 없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 몫만큼의 무게는 진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인품이나 업적, 혹은 형편과는 상관없이 그 무거운 삶을 짊어진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나는, 나를 포함해 학생들 모두가 싫어했던 학교 주사 아저씨에게 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 [읽기]

퀴어 퍼레이드

   퀴어 퍼레이드에 다녀왔다. 12시부터라길래 단순무식하게 12시에 맞춰서 갔더니 그때부터 부스를 오픈하고 퍼레이드는 세 시 좀 넘어서 시작하더라. 몸은 좀 축났지만, 즐겁게 잘 보고 왔다. 혼자 간 터라 거진 여섯 시간을 딱히 말도 않고 진짜로 구경만 했다.   아는 사람들을 몇 보았다. 아는 사람이지만 인사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아는 사람인 것 같긴 한데 긴가민가 하다가 … [읽기]

길에서 그를 만났다

  길에서 그를 만났다  언덕을 따라 내 집보다 한 골목 높이 앉은 집에 그는 살았다  작년 이맘 때 살았던 옥탑방 아래층 문간방에 아들과 같이 살던 그였다  귀치 않게 생긴 얼굴에 까치집 진 머리로 지금도 같이 살지 모를 그 아들과 계단 난간에서 날마다 담배를 피우던 볕이 잘 들어 더운 방에서 늘 문을 열어놓고 큰 대자로 뻗어 … [읽기]

광주를 다녀왔다

대학에 들어 온 후 해마다 광주에 간다. 엉엉 운 적이야 한 번도 없다지만, 해마다 광주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기꺼이 맞이한 사람들, 기껍지 않은 죽음조차도 피하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는 늘 눈물이 났다. 또한 해마다 광주에서는 분노와 좌절을 함께 느꼈다.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며 분노했고 그것을 구경하고 기념하는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