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3.(화)

오전엔 뭐 했지, 또 누워 있었나… 점심은 분식집에서 가볍게 먹었다. 카페에 앉아 글. 오후 느지막히 드디어, 일단, 송고했다. 글이 엉망인데… 퀄리티도 마감도 못 맞추고 말았네… 저녁은 옹심이메밀칼국수. 논밭 사이를 좀 걸었다. 노을져 붉어진 영역이 평소보다 넓었다. 밤엔 또 뭐 했지, 누워 있었나… 빨래를 돌렸지만 널지 못하고 잠들었다.


아니다. 옹심이를 먹은 건 하루 전의 일이다. 조금 걷다 마주친 식당에서 보리밥을 먹었다. 식당 이름이 보리보리밥이었던가. 전에 먹은 곳 ― 보리밥 친구들 ― 보다 찬이 잘 나왔다. 양은 조금 적었던 것 같다. 아무튼 충분했다.

2021.08.02.(월)

매일이 어떻게 가는지 불분명하다… 요거트와 시리얼, 커피, 과일 등등을 조금씩 담아 식사를 하고 오후에 나섰다. 비가 왔다. 이사 직후에 몇 번 실패한 집앞 ‘힙한’ 카페를 이제야 가 보았다. 널찍하고 깔끔했다. 콘센트를 쓸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았지만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문제 없이 앉았다.

저녁 때까지 앉아 있었지만 진도는 더뎠다. 역자 후기를 아직 쓰지 못했는데, 편집자가 표지 시안을 보내 왔다. 간단히 의견을 전하고 (또 한 번) 오늘은 꼭 후기를 보내겠노라 다짐했다. 끝내 쓰지 못했다. 저녁은 감자 옹심이.

노트북을 짊어지고 한참 걸었다. 비 갠 하늘에 구름이 컸다.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할 무렵 가구점 위층의 카페에 앉았다. 근처의 다른 카페들보다 한 시간 빨리 닫아, 영업 마감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 남았다고 했다. 끝내 쓰지 못했다.

마트에 들러 간식을 조금 사다 집에서 또 쓰기 시작했다. 끝내 쓰지 못했다.

쓰지 못한 것이 또 있다.

2021.08.01.(일)

오전은 뒹굴거리며 보냈다. 늦게 먹은 점심은 또 (메밀)콩국수. 카페에 앉았지만 일은 딱히 하지 않았다. (대기업) 수퍼에 가서 잡화를 이것저것 샀다. 왜 하나씩 나눠서 사고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싱크대 청소용 솔을 샀고 이로써 드디어 욕실과 주방 청소 용품을 모두 갖추었다. 먹을 것도 조금 샀고, 저녁으로는 빵을 먹었다. 크라상 헤리티지. 밑도 끝도 없이 “프랑스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짐 정리를 아주 조금, 했다. 몇 년째 열지 않은 상자 하나의 내용물을 이사로 생긴 깨끗한 상자로 옮겼다. 말라 붙은 곰팡이와 벌레 사체는 옮겨 담지 않았다. 새 상자엔 그저께 비운 서랍에 들어 있던 최근 몇 년간 받은 편지와 선물을 넣어 둔 참이었다. 낡은 상자의 내용물은 그 전의 십여 년간 받은 선물들과 편지들, 선물의 포장지들. 옛 연애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잠깐 마음이 아팠다.

집 앞 마트에 가서 욕실에 달 선반을 샀다. 어디에 달기에도 욕실은 마뜩잖은 구조다. 새로 단 휴지걸이에 걸어 둔 휴지는 수시로 젖는다. 수건걸이는 샤워를 하면 물이 가장 많이 닿는 곳에 달려 있다. 옮겨 달 자리가 마땅치 않다. 선반은 결국 아직 달지 않았다. 욕실장도 아직 주문하지 않았다.

칫솔은 이사 후에 새로 꺼낸 것 같은데 그새 엉망이 되었다. 이가 이상해 진 건지 팔이 이상해 진 건지. 급한 대로 언젠가 모텔에서 챙긴 일회용 칫솔을 꺼냈는데 그것도 하루만에 엉망이 되었다. 수퍼에서 산 물건 중엔 칫솔도 있다.

여전히 돈을 보내지 않았다. 택배도 하나 보내야 하는데 비가 오네, 큰 문제는 아니지만 괜히 미루게 된다. 오늘은 원고 마감이 있다.

2021.07.31.(토)

세 시 반, 아니면 네 시쯤 잠들었을 것이다. 여섯 시에 깼다. 알람소리를 듣고서였다. 삼십 분쯤은 더 누워 있었다. 알람이 몇 번 더 울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어제의 짐정리로 사방에 풀려난 먼지들, 그간 청소가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 먼지부터 원두까지 ― 그저 바닥을 구른 것들, 그리고 여전히 샘솟는 머리카락.

어차피 바닥의 절반은 여전히 짐이 덮고 있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청소기질 실력을 믿을 수 없으므로 좀 일찍 움직였다. 덕분에 좀 여유 있게 움직였다.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기까지 모든 단계를. 여덟 시에 나섰다.

편의점에서 새우버거를 하나 사먹고 길을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도착예정 차량으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으므로 터미널까지 걷기로 했다. 8시 40분 차라 시간은 넉넉했다. 반쯤 갔을 때 집과 터미널을 잇는 버스 한 대가 지나갔다. 제때 도착해 차에 탔다. 서울행.

서울행의 목적은 네 시부터인 연극 관람. 이렇게 일찍부터 움직일 필요는 없었지만 극장에 가기 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가기로 했던 식당은 여름휴가, 란 걸 식당 앞에서야 알아버렸다. 근처 식당에서 적당히 먹었다. 콩국수. 제천이나 서울이나 다를 게 없네… (오늘 ― 8월 1일 ― 도 콩국수.)

극장엔 10분 전에 도착했다. 티켓을 찾고 전자문진표를 작성하려는데 QR코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 결국 수기로. 여기는 당연히, 극장《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올해 초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극작가 이은용의 작품이다. 얼마 자지 못한 채 앉은 탓에 몇 번인가 잠들었다. 다행히 금세 깨기 좋은 공연이었다. 꽤 긴 130분짜리,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145분짜리 공연이었다. 인터미션은 5분.

마침 제천에 올 일이 있어 만나기로 했다가 약속이 취소된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같은 날 관람한단 걸 미리 확인한 다른 이에겐 아주 낡은 책 한 권과 몇 년 전에 구경시켜 주기로 했던 ― 다 훑으면 보여 주기로 했던, 그러나 여태껏 포장조차 뜯지 않은 ― 한 권, 두 권의 책을 선물했다. 아는 사람이 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두리번거리진 않았다.

그간의 서울 방문 중 가장 빠른 시각인 여덟 시에 제천행 버스를 탔다. 처음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이번주에는 서울에 가지 않는다. 다음주에는 간다.

2021.07.30.(금)

몇 시에 일어났지, 일찍 깼다가 더 잔 게 오늘이었나 어제였나. 아무튼 오전에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다. 아닌가, 짐 정리를 좀 했나. 빨래를 한 게 오늘인가. 왠지 아득하다. 친구랑 노닥거린 건 오늘이었다. 나가서 점심을 사먹고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내다버릴 박스를 들고 나갔다. 생각해 보니 밥을 먹고 오면 늦을 것 같았다. 박스를 접어 수거함에 넣고 올라와서 어제 먹고 남은 짜장을 데워 먹었다. 춘장과 물을 조금 더 넣고 한소끔 끓여 간을 맞추고 감자를 익혔다.

점심을 먹고 좀 더 놀았다. 보내야 했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남은 보내야 할 것은 돈이 전부, 라고 생각했는데 돈을 보내고 나면 문자메시지 하나를 보내야 한다. 그런 후에 강독 스터디 (스터디 전에 보내야 하는 문자라 오늘에마나 보낸 것이다).진도는 느렸다. 잡담을 많이 했다. 친구네 고양이도 종종 말을 얹었다. 얼마 읽지 못하고 저녁 시간이 되고 말았다. 나중 일을 생각하면 좀 더 하는 게 좋았겠지만 (내가) 배가 너무 고파 그만 하기로 했다. 나가서 묵밥을 사먹었고 오는 길에 매장 두 곳에 들러 휴지걸이며 변기솔이며를 샀다.

세탁기를 통세척 모드로 돌려 놓고 저녁 내내 짐을 정리했다. 급한 것, 예컨대 수저통 같은 것들을 꺼내 제자리에 두고 급하지 않은 것, 전선더미 같은 것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밀어넣었다. 수저통과 쌓인 그릇을 설거지했다. 책등에 앉은 먼지를 털고 테이블도 닦았다. 그러고도 남은 한참은 한쪽으로 밀었다. 거실이라 할 만한 공간은 전부 여전히 짐에 덮여 있고 부엌과 현관을 겸한 공간은 이제 바닥이 보인다.

구석에 박혀 있던 서랍을 옮기고 한 칸을 씻었다. 대강 물기를 닦은 후에 말려 두고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아니, 샤워부터. 화장실 청소라곤 해도 여기저기 락스를 뿌린 것이 거의 전부다. 며칠 전에 산 락스는 처음 보는 브랜드였는데 그간 쓰던 것보다 독한지 눈이 평소보다 좀 매웠다.

씻고 나와서는 빨개를 갰다. 씻은 서랍에 남은 물기를 마저 닦았다. 원래부터 속옷이 있던 칸에 속옷을, 씻은 칸에 수건을 넣었다. 잠시 누워 있다 앉아서 일기를 쓴다. 오늘은 산책을 못 했네. 어젠 했었나, 이 역시 가물가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