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그를 만났다

  길에서 그를 만났다  언덕을 따라 내 집보다 한 골목 높이 앉은 집에 그는 살았다  작년 이맘 때 살았던 옥탑방 아래층 문간방에 아들과 같이 살던 그였다  귀치 않게 생긴 얼굴에 까치집 진 머리로 지금도 같이 살지 모를 그 아들과 계단 난간에서 날마다 담배를 피우던 볕이 잘 들어 더운 방에서 늘 문을 열어놓고 큰 대자로 뻗어 … [읽기]

광주를 다녀왔다

대학에 들어 온 후 해마다 광주에 간다. 엉엉 운 적이야 한 번도 없다지만, 해마다 광주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기꺼이 맞이한 사람들, 기껍지 않은 죽음조차도 피하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는 늘 눈물이 났다. 또한 해마다 광주에서는 분노와 좌절을 함께 느꼈다.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며 분노했고 그것을 구경하고 기념하는 … [읽기]

  서점에 갔다. 책을 읽으려고, 소설들이 꽂힌 서가를 뒤졌다. 좋아하는, 혹은 몇 편 쯤의 작품이 나쁘지 않았던 작가들의 책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 요즘 꽤나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책부터, 수십 년 째 문단의 중심, 혹은 그 언저리에 서 있는 작가들의 것까지 책은 많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에도 손은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작가에 대한, … [읽기]

전시들

서울메트로의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클림트 전을 보고 왔다. 당첨된 것은 한참이나 지난 일이지만, 체력이 달려 제대로 보지 못할까봐 미루고미루다가 전시 종료 전날에야 겨우 갔다. 미루는 동안 체력을 어느정도는 회복했지만, 전시의 끝물에 몰려든 인파의 앞에서 눈곱만큼의 회복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사람은 정말 많았다. 관객의 절대다수는 젊은 여성이었고, 그 중의 상당수는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유모차에 탄 … [읽기]

운수 나쁜 날

제 119주년 노동절. 운수 나쁜 날. 취재를 나가야 했다. 원래 목적은 집회 브리핑과 다양한 참가자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기사를 쓰는 것.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본대회를 보며 인터뷰를 한 후 주변 카페에 들어가 기사를 쓰고, 저녁에 다시 청계천변으로 나와 대학생사람연대 메이데이 실천단의 문화제에서 한낱 님의 공연을 보려고 했다. 아침을 먹고,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섰다. 신림9동의 기나긴 내리막을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