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새벽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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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잠자기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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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 시간이 빠듯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이 많아 서로의 몸이 닿는 지하철에서 내린다. 그리고 다음 차를 기다린다. 다음 차에도 사람이 많다면 보내고 또 기다리기도 한다. 때로는 목적지보다 먼저 내려서 걷기도 한다. 또 때로는, 약속 시간에 늦고 말더라도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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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손잡이를 잡는 여성은 매우 적은 편이다. 어지간한 만원 버스에서도 손잡이를 잡고 있는 여성은 한손에 꼽을 정도인 경우가 많다. 지하철에야 잡을 것이 따로 없으니 다들 손잡이를 잡는 것 같지만, 버스에서는 왠만하면 의자에 달린 손잡이나 기둥을 잡는다. 소매가 없거나 짧은 옷을 주로 입는 여름만의 일은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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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말은 어렵다. 글을 쓰는 것 또한 어렵지만, 글은 말만큼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말하기가 어려운 것은 단순히 답을 몰라서만은 아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보다는 답이 실은 답이 아님을 알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명쾌한 답은 언제나 그늘을 갖고 있는 법이다. 그 그늘을 아는 이상, 말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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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싶은 것이 많이 쌓였다. 이맘때부터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울 생각이었는데 여러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아쉬운대로, 인터넷 서점에서 드로잉 가이드북을 샀다. 첫장은 줄긋기. 겨우 에이포 용지의 가로세로를 잇는 줄을 긋는 것부터가 역시 어렵다. 그리고 싶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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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다. 내 소유의 자동차를 갖는 일은 아마 없겠지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캠핑카에서 사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운전면허가 필요할 때가 있다. 바로 김해 집에 갔을 때인데, 교통이 좋지 않은 집에서 시내로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어머니에게 기사 노릇을 시키는 건 가히 못할 짓이다. 실은 어머니께서 이젠 내가 좀 몰라며 운전면허를 따라고 하셨다. 하지만 학원비가 아까워서, 여전히 탐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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