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다

오랜만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그 전에는 일상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고, 시답잖은 글짓기 대회들에서는 종종 상을 받았으므로, 그런 생각을 할 일이 딱히 없었다. 지금과 똑같이, 노력 없이 떠오르는 글들을 적어 대기 시작했던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 [읽기]

충정로역

충정로 역 근처를 걸어서 지났다. 며칠 전에도 신호등이 있는 것을 못 보고 무단횡단을 했던 바로 그 횡단보도를, 이번에도 적색등이 켜진 중에 발을 디뎠다가 거두고, 겨우 지나 또 한 번의 신호를 기다렸다 길을 건넌 참이었다. 큰 횡단보도를 지나, 작은 횡단보도를 앞둔, 차도 위의 섬을 밟은 참이었다. 누군가 길을 쓸고 있었다. 허름한 차림, 빗자루를 들고 있었지만 쓰레받이는 … [읽기]

그의 국밥값

어느 노인이, 자신의 장례식을 치를 이들을 위한 국밥값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다. 면식이 있기는커녕 빈소의 위치를 알아내기도 어려울, 기사를 통해서만 접한 사람이었지만 조문을 하고 싶었다. 평소라면 먹지 않는 육개장과 편육, 그런 것이라도 자리를 차지하고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싶었다. 이튿날이었다. 그가 남긴 돈이 십만 원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장례식에 찾아올 사람들을 ― 그런 이가 있는지조차 알지 … [읽기]

한나 아렌트, 세월호

얼마 전에 구글에 들어 갔다가 우연히 한나 아렌트 탄생 108주년 기념일임을 알게 되었다. 세월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런 저런 말을 하기 어렵지만, 예전에 읽었던 한나 아렌트의 문장 몇 줄과 함께 세월호가 떠올랐다. 그래서 썼다.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은 한 인터뷰에서 “한 친구는 저에 대해 제가 모든 슬픔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견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 [읽기]

A의 입대를 전송했다

얼마 전 A의 입대를 전송했다. 춘천의 102보충대. 나는 군인이었던 적이 없으므로, 군 부대에 들어가 본 것도, 그리고 (용산 대로변에 있던 미군부대를 제외하면) 군부대에 그만큼 가까이 가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아직 군복은 입지 않았지만, 그만큼 많은 군인들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만큼 많은 남성들 사이에 서 보는 것도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무서웠다. 군대라는 것도, 징병이라는 것도,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