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려는데, 바구니에 뭔가 담겨 있는 게 보였다. 곱게 접은 종이. 선교회에서 배포한 글이었다. 접은 채로 오래 뒀는지 겉만 색이 변해 펼쳐 두면 나름의 무늬도 새겨져 있는데, 아쉽게도 스캔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 – – 종말에 나타나는 귀신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한국의 기독교인들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 영 분별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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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과 경계
외관 ― 인종이나 차림새, 혹은 눈빛이나 냄새까지도 ― 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때로 누군가를 경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대를 보고 경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집에 가는데 길에 서 있던 누군가 팔을 뻗고 말을 붙였다. 이리저리 페인트가 묻은 …
전단지 붙이던 사람
학교에서 학술대회 포스터를 붙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동아리나 학생회 혹은 학술대회 포스터/자보는 피하고 상업 광고는 개의치 않고 가렸다. 어느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고, 그 옆 다른 게시판에 또 붙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짜증 섞인 목소리다. "저기요, 제가 방금 붙였는데 그 위를 저렇게 덮으시면 어떡해요." 방금 붙인 포스터를 보니 악기 레슨 전단지를 1/3 정도 가리고 있다. …
자전거
간만에 학교에서 홍대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언제나처럼,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간만에 타는 큰 자전거는 시원시원해서 좋았지만 상체를 숙이고 타자니 허리가 아팠다. 작은 바퀴에 익숙해 진 몸이, 큰 바퀴를 움직이려다 가끔 당황하기도 했다. 신림역 앞은 혼란스러웠다. 인도쪽으로는 차가 이중으로 주차되어 있었고, 불과 십 미터 앞에 차가 오는데 중앙선을 밟고 유턴하는 차도 있었다. 엉켜도 멈추지 …
저들의 영광
그냥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며 떠들다가 문득 떠올랐다. 구세대의 사람들이 유신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건 어쩌면, 그 시절을 거치면서 비로소 먹고 살 만하게 되었다거나 하기 때문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저 그 시대만이, 별달리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럴싸한 이름이 주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삶에 명분이 주어지는 흔치 않은 시대 아닌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