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징계하라

  • 서울대 본부 점거 참여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방침에 항의하는 대자보.

정치를 거부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독재라 부른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총장 퇴진을 요구한 학생들에게 대학 본부는 징계로 답했다. 무기정학 8명, 유기정학 6명. 4명에 대한 형사고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대학민주화 이후 상상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다.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학생 총회의 결정에 따라 행정관을 점거했다. 무시로 일관하는 총장을 찾아가 구호를 외쳤다. 광장에게 동료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 주었다.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런 행위들을 우리는 정치활동이라 부르고, 그것이 가능한 조건을 우리는 민주주의라 부른다.
그렇다. 본부의 징계 결정은 다름 아닌,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 정치를 거부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독재라 부른다. 사복 경찰의 감시가 없다고 해도, 최루탄이 터지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의 사전에 이 상황을 설명할 말은 독재 이외에는 없다.
본부는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마저도 무시하고 대상 학생들에게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징계를 강행했다. 스스로가 정당하지 못함을 본부가 알고 있다는 것, 이것이 지금의 사태에서 유일하게 다행인 일이다. 알고 있다면 실천해야 한다고 배웠다. 스스로의 부당함을 아는 본부와 총장은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징계 철회를, 그리고 총장 퇴진을 말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할 학교라는 공론장을 노욕으로 더럽히지 말라. 교육공공성이라는 신념을 위해 행동한 학생들을 치졸한 징계로 모욕하지 말라. 수많은 사람들이 몸 바쳐 이룩한 민주주의를, 당신의 독재로 갉아 먹지 말라.

우리 모두를 징계하라

학생들은 외치고 있다. “나도 징계하라”고. 학생 총회에 참석했던 모두를, 행정관에 출입한 모두를, 게시판에 자보를 붙인 모두를, 유인물들 나눠 주고 받아 든 모두를, 감히 교육공공성을 요구한 모두를 징계하라. 모두를 징계하지 않는 한, 모두를 쫓아 내지 않는 한, 당신의 독재는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를 징계하고 진정한 독재를 완성함으로써야, 반대하는 모두를 내쫓음으로써야 깨닫게 될 것이다. 모두의 학적을 지울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를 없앨 수는 없을 것임을 ― 우리의 정치를 지울 수는 없을 것임을,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늦기 전에 학생 사회의 요구를 들으라.

대학 본부는 학생 징계와 형사 고발을 철회하라.
대학 본부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하라.
성낙인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라.

미학과 박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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