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싶은 게 떠올라서 그려야지 했다가, 내 능력으론 그릴 수 없음을 떠올리고 그냥 글로 써 두기로 했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집을 나서 길을 걷고 있었다. 내 앞에는 공사장 노동자가 걷고 있었다. 양쪽에 들통이 달린 긴 막대를 어깨에 지고. 아마 조금 쌀쌀한 때였던 것 같다. 희미하지만, 그가 입고 있었던 쥐색의 얇은 점퍼가 기억난다. 공사 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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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징계하라
서울대 본부 점거 참여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방침에 항의하는 대자보. 정치를 거부하는 것,그것을 우리는 독재라 부른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총장 퇴진을 요구한 학생들에게 대학 본부는 징계로 답했다. 무기정학 8명, 유기정학 6명. 4명에 대한 형사고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대학민주화 이후 상상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다.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학생 총회의 결정에 …
삼성전자-반올림 합의에 부쳐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이라는 데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 2010년이었던 것 같다. (반올림은 2008년 초에 결성되었고, 그 전신쯤 되는 삼성반도체집단백혈병진상규명과노동기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는 2007년 말에 발족했는데 구성단체 중에 당시 내 소속 단체인 대학생사람연대도 있었으니 아마 존재는 그 전부터 알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서교동에 살면서 자전거로 신림동을 자주 오갔는데, 지나는 길목에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가 있었다. 어느날 그 앞에서 방진복을 입은 …
노회찬 부음에 부쳐
2009년 김대중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소규모 언론사였고 데스크의 개입이 거의 없는 곳이었는데, 아마 그때가 유일하게 특정 기사 작성을 요구 받은 때였던 것 같다. 별 건 아니었고, 김대중의 일대기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내게는 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가 대통령직을 맡았던 시기의 나는 정치 같은 데엔 관심이 없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그의 삶에 …
마포대교의 추억
어제는 모 작가님의 곧 공개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배경 삼을 곳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고르라고 하셨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자주 모여 놀고 회의를 했던 친구네 집은 친구의 유학과 함께 사라졌고, 다른 좋아했던 몇몇 장소들도 그곳에서 시간을 공유했던 이들과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잘 찾지 않게 되었다. 뒤늦게 고민을 시작했는데, 착각해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아닌 내게 의미 있는 장소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