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6-17.(일-월)

2022.10.17.(일)

저녁에 장을 보러 가면서 마트와는 반대 방향을 향했다. 낮에 일하러 카페에 가는 길에 보고 지나친 카세트 플레이어를 줍기 위해서였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면 주워다 집에 두고 다시 나설 요량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대로 있었다. 집에 들렀다 마트로 가서 시리얼과 우유, 두부와 감자와 버섯, 스파게티 면과 토마토 소스를 샀다.

집에 돌아와 시리얼을 먹은 후 카세트 플레이어를 닦고 분해했다. 스피커 유닛이 양쪽으로 하나씩 두 개가 들었지만 모노 출력만 되는 모델이었다. 인두로 납을 녹여 기판과 왼쪽 스피커를 잇는 두 개의 선과 양쪽 스피커를 잇는 두 개의 선을 떼었다. 총 네 곳. 그리고는 스피커마다 두 가닥씩 다른 선을 땜질해 붙였다. 다시 네 곳. 이 선은 지난번에 선풍기를 분해해 버리면서 떼어 둔 것이다.

카세트 플레이어 겸 라디오 수신기 기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전선 네 가닥의 다른 쪽 끝을 밖으로 뽑고 다시 조립했다. 뽑은 선은 한 동안 안 쓰고 있던 앰프에 연결했다. 언젠가 선을 다시 이으면 작동할지도 모를 카세트 플레이어를, 당분간은 스피커로 쓰기로 했다. 음질이 좋지 않지만 고음과 저음의 볼륨을 각각 조절하니 귀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 소리가 난다. 스피커의 질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2022.10.18.(월)

역시 낮에는 카페에 가서 일했다. 아닌가. 일은 십 분 정도 했다. 나머지 시간은 책을 조금 읽었다. 내가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손님들이 다 일어서서 카페는 조용했지만 할로윈을 맞아 해둔 온갖 장식에 정신이 사나웠다. 그리 오래 읽지 않고 돌아왔다. 한동안 누워 있다가 어제 사 온 재료들을 썰어 된장찌개를 끓였다.

찌개가 끓는 동안 ― 저가 잡화점에서 사온 냄비는 광고와는 달리 열전도율이 떨어지는지 끓는 데 한참이 걸린다 ― 중고로 사온[1]2022.03.10-11.(목-금) 카오디오를 정비했다. 대충 테이프로 감아 뒀던 전원 입력부를 납땜과 수축튜브로 정리하고 스피커도 바꾸어 연결했다. 김사월의 《Heaven》 CD를 재생시키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는 빈둥거리다가 앰프를 거실에서 침실로 옮기고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재생했다. 누가 연주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간밤에는, 정확히 말하자면 아마도 아침에는, 기이한 꿈을 꾸었다. 어느 단체에서 나를 정책상무로 초빙하고 싶다고 했다. 상무라니 직함이 이상하네,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했다. 엉뚱하게도 문재인이 나와 면접을 진행했다. 좋아하는 단체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역시 책임질 수 없는 무게를 지지 않기로 하고 고사했다.

10m쯤 되는 거대한 전갈을 만난 게 면접에 가는 길이었을까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을까. 가는 길에는 누군지 모를 친구와 동행했는데 중간에 그가 어느 카페를 소개해 주었다. 대마 땅콩을 파는 곳이라고 했다. 먹어보지는 못했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어디선가 전갈의 일행과 싸워 길을 뚫어야 했다. 카페에서 전자광선이 나가는 창 같은 무기를 얻어다 (전갈은 나를 위협했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않았음에도) 이족보행을 하는 괴물들 중 하나를 겨누었다.

광선을 발사하는 버튼을 누르자 평범한 물총 정도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괴물은 잠시만 멈춰 보라며 내게 다가와 하소연을 했다. 자신은 아키타 우라는 작가가 보내서 온 것일 뿐 공격하거나 싸울 생각은 없다고 했다. 잠에서 깨어서는 아키타 우라는 작가가 정말로 있는지를 찾아 보았다. 지지난 세기에 태어나 지난 세기에 세상을 떠난 아키타 우자쿠秋田 雨雀라는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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