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009년의 첫날

*‘연말연시’와 같은 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는 않는데, 하루종일 방 안에만 있었더니 아이러니컬하게도 독특한 날이 되어 버렸다.*집에 손님이 오기라도 하지 않으면 보일러는 잘 켜지 않는다. 요 며칠도 계속 보일러를 켜지 않고 살고 있다. 그랬더니 어제 저녁에 주인집에서 창문을 두드리더라. 성가셔서 응대하지 않았는데 계속 두드리길래 마지 못 해 문을 열었더니, 아저씨가 들어 오셔서는 손수 보일러를 켜 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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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간만에 탄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몸은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안 좋은 상태였다. 울렁거리는 속을 누르며 기둥을 잡고 서 있다가, 휘청거리는 몸을 점점 가누기 어려워져 손잡이까지를 잡았다. 기둥을 잡은 왼손과 손잡이를 잡은 오른손의 모습이 마치 누구를 껴안을 때와 닮았다. 그런 내 앞, 자리에는 어느 여자가 앉아 있다.    그렇게 양팔에 몸을 의지한 채 잠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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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자전거

지난 일주일, 자전거를 좀 무리해서 탔더니 다리가 아프다. 외출할 일이 좀 많았던 탓이다. 11.12 1 녹두>학교>정부중앙청사>홍대입구역>신촌>녹두11.11 2 녹두>숙대입구역>학교>녹두11.10 3 녹두>학교>녹두11.09 4 녹두>마로니에공원>성균관대학교>녹두11.08 5 녹두>숭실대학교>서울역>공덕오거리>녹두11.07 3 녹두>학교>녹두11.06 7 녹두>학교>신촌>녹두 total 171.8km다리가, 아플만도 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정도면 뭐, 부산도 가볼만 하겠다는 생각도. 8km ↩ 9km ↩ 2km ↩ 6km ↩ 3km ↩ 2km ↩ 8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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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

  탁, 밥통 스위치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이십 분쯤이 지났다. 아침이라기엔 늦은 시각에 일어났다. ‘평일 오전 아홉시’로 설정되어 있는 알람을 무시하고 계속 잔 터였다. 금요일은 그들에겐 평일이지만, 내게는 유일하게 완전히 하루가 비는 날이다. 물론 고정적인 일정에서의 이야기이고, 오늘조차도 따로 잡힌 일정이 있으니 완전한 휴일은 아니다.  잠을 깨서 제일 먼저 한 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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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하지 마세요

  내가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서울의 차도를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는 괜한 유대감 같은 것이 있다. 생전 모를 뿐더러 다신 볼 일 없을 사람인데도 스쳐 지나가는 이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격려를 주고받는 식이다 짐받이의 물건이 떨어질 것 같거나 타이어에 바람이 없어 보이면 그런 것들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말을 건다. 며칠 전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