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하노라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아모리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땅에 낫다니 주나라가 싫어 상나라에 대한 충절을 지키고자 고사리만 캐먹다 죽었다는 백이와 숙제를 두고 성삼문이 쓴 시조. 그런데 찾아보니, 두 사람이 고사리를 캐 먹을 때 왕미자란 사람이 찾아와서 했던 이야기라는구나. 요즈음, 이 시조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세상에 먹을 게 없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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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계절학기로 듣고 있는 <페미니즘 미학과 예술>이라는 수업시간의 일이었다. 지난 며칠 방을 구하면서 떠 올랐던 글들을 정리하려고 펜을 들었다. 앞시간에 친 시험 공부를 위한 요약 정리가 된 종이의 뒷면에였다. 글을 끄적이면서 수업도 듣고, 수업 교재도 읽었다. 수업 교재는 여성 시인들의 시 여러 편이 담긴 프린트물이었다. 그 중 어느 시에 ‘분홍약’이라는 것이 나왔다. 우울증을 다스리는 알약을 가리키는 …
서울, 종로에서 신림까지
이명박 탄핵을 촉구하는 가두 시위는 아침까지 이어졌습니다. 제가 도착한 어제 밤 열 시 경에는, 정동길 등 몇 가지 루트를 통한 청와대 진입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사람들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찰과 대치중인 상태였지요. 경찰은 버스를 ㄷ자로 주차해 행렬의 길을 막고는 해산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불복종으로 대응했지요. 누군가 가져 온 밧줄을 버스에 걸어서, 무려 세 대를 …
고기를 먹었다
고기를 먹지 않기 시작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고기를 먹어버렸다. 첫입을 베어물고는 실수를 알았지만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그 살점의 원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삶을 상상하며 천천히 씹었다. 여지껏 음식을 그렇게 느리게 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결심이 의도치 않게 깨어진 것은 아쉽지 않았지만, 그의 삶이 아까웠다. 그렇게 상상해 보았지만 그 원래의 모습은 결국 …
다른 생물의 ‘삶’을 먹지 않기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먹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것은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행위라고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혹은 가족의 필요를 위해 이루어지는 소규모 방목의 경우는 크게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동물이 나름의 생生을 살다가, 다른 동물의 생존을 위해 희생하는 과정은 자연의 원리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지나치게 좁은 곳에 가두어 놓지 않으며, 잠이나 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