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책들

딱히 많은 것을 배우지는 않았기에 ‘대학’이라는 말이 내게 주는 울림은 적다. 그곳에서 한 수많은 일들,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다른 이름으로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졸업을 겨우 열흘 앞두고 있는 지금, 뭔가 대학생활을 정리해 볼만한 건수를 찾아 보았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책들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애초에 소설이 아니고서는 다른 영역의 책들은 썩 좋아 하지도 않는다. 철학이나 사회과학에는 흥미가 없고, 문학 역시 소설 이외의 것을 읽는 데에는 별로 취미가 없다. 자연과학이나 공학에 흥미는 있지만 그 분야의 것들 중 내게 적당한 수준의 책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고, 음악이나 미술에도 흥미가 있지만 이 경우 재미있으면서도 잘 짜여진 책을 찾기가 어렵다.
책은 사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사전이나 사진집처럼 내가 여러번 들추어 볼만한 책이 아니고서야, 두꺼운 종이뭉치를 지니고 있는 일이 낭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보는 일은 거의 없고, 분야를 막론하고 책을 보면서 책에 무언가 필기를 하는 일도 없다. 어쩌다 사게 되는 책은 거의가 헌 책이고, 그나마도 한 번 읽은 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 내게 남기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도 내가 계속 가지고 있는 책은 거의가 선물받은 책들이다. 나의 대학 생활 동안 무슨 일을 시작할 때, 혹은 생일과 같은 기념일을 맞았을 때 주고 받은 선물은 거의가 책이었다. 책을 주고 받으며 속지 첫장에 나나 상대방들이 쓴 글들이야말로 어쩌면 내 대학생활의 정수일지도 모르겠다. 내 대학생활 4년의 정수를 품고 있는, 내가 선물 받은 책의 목록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2005년
<전태일 평전>, 조영래, 돌배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난장반에 배정되어 가입한 학회 ‘광장’의 선배였던 영민이 형이 준 가입축하 선물. 사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앞의 몇 페이지를 읽어보기는 했지만. 형이 적어 준 말은 "부디 학회 생활을 하며 ‘회의주의자’에서 벗어나자!!" 예나제나 나는 스스로를 회의주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삼우간
역시나 학회 광장의 가입 선물로 자연 누나가 준 책. 첫 속지가 까만 색인데, 그 위에다가 까맣고 깨알 같은 글씨로 꽤나 긴 글을 적어 주었다. 이 책은 신영복 씨가 옥중에서 때로는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때로는 주변을 관망하며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자연 누나는 그것을 두고 " 너와 내가 함께 해야 할 과정이겠지. 잘 부탁한다."고 썼다. 누나는 잘 살고 있으려나.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청년사
이것도 학회 광장의 가입 선물, 나름 라이벌 학회였던 ‘파문’의 학회장 민진 누나가 준 선물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를 학회 광장에 가입시킨 장본인. 학회 발대식이 있던 날 받은 것이니 순서로는 자연 누나의 것보다 이게 먼저. 발대식을 하는 술집에 가기 전에 같이 헌책방에 들러서 산, 학회 세미나의 첫 텍스트였다. 즉석에서 사서 준 것이라 아쉽게도 아무 말도 적혀 있지 않다.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내가 가입했던 난장반의 다른 모임인 ‘주인공―주체적인 인간들의 공동체’의 가입선물로 추정되는 책. 책을 준 당사자가 가입선물임을 당시에는 밝히지 않아서, 나에게만 주는 건 줄 알았었는데 알고보니 다른 애들도 한 권씩 다 받았더라. 편지와 함께 받은 것이라 책에는 별다른 말이 적혀 있지 않다. 그는 내게 상권을 주며 하 권은 사서 읽으라고 했지만, 나는 결국 그의 것을 빼앗았다. 책에 적혀 있는 말은, "종주에게 희선이. 4월 16일에 주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웅진닷컴
<해변의 카프카>를 준 그가 5월에 준 책이다. Zzoi라는 칵테일 바에서 마주 앉아 한참을 이야기한 날이었다.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엄마의 말뚝>조차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박완서를 알게 되었다. 그 뒤로는 박완서 책을 참 많이 읽었다. 전쟁 중의 여성들을, 그들의 고난과 대화, 그리고 변화를 담은 이 책을 그는 가슴 설레하며 또 아파하며 읽었다고 했다. 책에 길게 적혀 있는 말은,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살자, 사랑한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권리를 위한 투쟁>, 루돌프 폰 예링, 범우사
2005년 2학기에는 난장반 밖의 동아리인 인문학회에서도 활동했던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인문학회에서 9월 부터 세미나를 시작한 2학기의 첫 텍스트. 이 책을 준 것은, 안타깝게도 위의 두 권을 준 이와 같은 사람이다. 인문학회에는 정을 붙이지 못해 한 학기밖에 활동하지 않았지만, 이 책은 여전히 내 책꽂이에 있다. 그때 함께 세미나를 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한 채. " 많은 말들과,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할 것이란 기대를 하며…"

2006년
<걸리버, 세상을 비웃다>, 박홍규, 가산출판사
학회 광장과 주인공을 함께 했던 헌일이가 준 생일 선물. 학회 광장은 내게 잘 맞지 않은 공간이었고, 그래서 다른 이들과 자주 부딪혔었다. 어떤 책을 읽은 것인지에 대해서 주로 싸웠는데, 내게 무의미했던 철학 개론서, 사회과학서 대신 내가 반 농담조로 제안했던 책이 <걸리버 여행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어디서든 독특한 사람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로써 내 마음을 이해시키기는 여전히 어렵다. <걸리버 여행기> 이야기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받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때의 지난한 싸움을 지금 설명하기는 힘드니까, 그냥 그렇다고만 해 두자. 헌일이는 무려 두 페이지에 걸쳐 주절주절 말을 풀어 놓았다. 몇 개의 칭찬 사이에 그가 내게 바랐던 것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는데, 미안하게도 그 바람들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 긴글 끝에 그는, "같은 반/「광장」 동기/「주인공」 동기 박헌일이."라고 서명했다.

<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책갈피
역시나 난장반의 동기이고, 주인공을 함께 했던 강은이가 준 생일 선물. 생일날 밤 강은이와 헌일이는 수퍼에서 도넛 세 갠가를 사고 나무젓가락 두 개를 챙겨서 내 방에 찾아 왔다. 도넛을 쌓아 놓고는 초 대신 나무 젓가락을 꽂아 두고 불을 붙여 생일 파티를 해 주었다. 러시아 혁명일 기록한 책인데, 아직 읽지 못했다. 사실 헌일이가 준 책도 띄엄띄엄 거의 다 읽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지금은 둘 다 군대에 가 있어서, 제대하기 전에 꼭 다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둔 상태다. 강은이가 적어 둔 말의 요지는 친해지고 싶은데 아직 친해지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고 답답하는 것. "앞으로 2006년에는 나의 아쉬움이 그저 단순한 아쉬움으로 그치지 않기를 빌며 스무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생일 축하해요 종주군-_-…" 저 표정의 의미는 아직까지도 미상.

<서 있는 여자>, 박완서, 세계사
2006년 4월 나와 그의 연애는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서로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관계였을 텐데, 날이 갈수록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이 서로의 바람과 얼마나 먼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서로에게 상처가 쌓여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 졌을 즈음 그는 내게 이 책을 선물했다. 절반밖에 읽지 못했지만 자신의 답답한 속을 건드린 이 책의 나머지를 나와 함께 읽고 싶다고 그는 써 두었다. 덕분에 우리가 지금가지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게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함께 책을 읽어주고, 함께 고민 나눠 줄. 함께 있어 줄. 책을 줄 수 있어서, 그런 사람이 당신이어서, 많이 고맙고 많이 미안해.."

<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문학동네
2006년 2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후배를 맞던 나와 동기들에게, 주인공의 선배들은 선물을 주었다. 정확히는, 주려 했다. 주기 전에 우리가 먼저 알아버리는 바람에, 이 책은 내가 직접 고른 것. 선배들은 세 명이 각자 다른 포스트 잇 하나씩에 글을 써어 첫장부터 하나씩 붙여 주었다.
"너한테 좀 고심하고 책 사줘야 하는데 ㄱ- 너가 갖고 싶대서 그냥 「타인에게 말걸기」 샀어. 담엔 꼭 내가 사주고픈 거 주마~"라고 영아누나가 썼는데 아직 책은 안 줬다.[!] 내게서 인류애가 무엇인지를 느낀다는 황송한 말을 종종 하는 바오란은 "가장 먼저 나를 알아 준 후배. 말하지 않아도 웬만한 건 느끼는 팬 일호― 사실 내가 네 팬인지도 몰라"라고 쓰고, "네 사랑 바오란"이라는 서명을 달았다. 이 글에 너무 자주 등장해 좀 민망한 김희선 씨는, "가득히 느끼는 시간, 다시 만들자. 다시 만들어가자"고 적어 두었다.

<함께 보는 한국근현대사>, 역사학연구소, 서해문집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선배가 준 책. "우리, 서로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며, 살맛나는 세상- 함께 만들어 가보자!!"

2007년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일본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직소直訴> 두 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혜진이가 생일 선물로 준 것이다. 올해 생일에는 무려 현금을 준 혜진이, 이 책의 첫장 첫줄에는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뭔가 엄청나게 특이한 물건을 선물해야겠다는 마음을 버렸다고 써 두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함게 해도 든든한 혜진이(절대 수업 노트를 빌려주기 때문은 아니다.), "생일 축하드리고, 살롱(?) 만드시면 제가 단골 될 거랍니다. 꼭 만들어 주세요"라라도 썼다. 살롱은, 어디든 땅 열 평만 있으면 만들고 말 내 고물상에 딸린 담소 공간이다.

<사회적 공화주의>, 금민, 박종철 출판사
선물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일단 받은 책이니 여기에 넣는다. 무려 저자의 친필 싸인과 함께 받았지만, 집단으로 받은 거라. 2007년 여름, 희망 실천단 활동을 대학생사람연대와 사회당이 함께 했는데, 그때 실천단을 찾은 금민 당시 사회당 대표님께서 주신 책. "박종주 동지께 금 민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실 이 책은 지금은 갖고 있지 않고, 김해 집에 보냈다. 집에서 내가 운동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내가 자세한 설명은 하지는 않기 때문에, 혹시나 뭣 좀 더 알게 될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창비
늘 자기 아니었으면 나는 왕따가 됐을 거라고 말하는 이은혜의 선물. 이 책을 고른 것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조남현 선생님이다. 수업 교재인데, 반 농담으로 사달라고 졸랐더니 덜컥 사준 착한 이은혜는 속지 둘째장에다가 무려 "참 쓸말 없네"라고 적었다. 물론 그 말만 적은 건 아니지만. 늘 아낌없이 먹고 마실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 준 이은혜, 이 책에는 "늘상 피곤해하고 쩔어있는 모습만 보니 박종주의 유쾌한 웃음이 그립다"고 썼다.

2008년
<작은 인디언의 숲>, E.T. 시튼, 두레
지금은 병상에 있는 원재가 생일 선물로 준 책. 정작 이 책을 산 것은 자신의 생일 바로 전날이었다. 사람들이 자기 생일 챙겨줄 것을 알고, 며칠 전에 그냥 넘긴 내 생일 선물을 산 것. 정작 나는 이 때 원재 생일 선물을 주지 못했다. 첫장에는 생일 선물이 늦은 상황과 책을 고르기가 어려웠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2008년 대사람 잘 이끌어 보자"라는 말을 적었다. 이걸 어쩌나, 나는 졸업하는데 원재는 대사람 1년 더 하는구나.

<다음 중에서 옳은 것은>, 홍승진
난장반에 08학번으로 들어온 승진이의 책. 출판사를 통해 나온 것은 아니고, 자신의 글을 모아 인쇄소에서 제본한 것이다. 떡하니 책으로 만들긴 했는데 집에 백권 넘게 남은 게 쌓여 있다나 뭐라나. 절반은 승진이의 시, 나머지 절반은 승진이의 시 비평. 남의 글을 평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 비평은 하나도 읽지 않고, 시들만 전부 읽었다. 첫장에 붓펜으로 힘주어 쓴 "만들어진 빛보다 훨씬 더 환한 빛은 네 몸속에 있을 거라고, 박종주 님께 담연 모심"이라는 문구는 ‘환하다’는 말이 얼마나 고운 것인가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자연과 타협하기>, 리오 패니치·콜린 레이스 엮음, 필맥
생태주의에 관한 논문을 모아 놓은 이 책은 무려 500쪽에 달하는 데다가 가격도 2만원이 넘는다. 2008년 동아리연합회 사회학술분과 소속의 동아리들이 개최한 ‘인문사회학술주간’ 행사에서 인문학회과 고전연구회가 공동으로 운영한 <그날이 오면>(서울대 앞에 있는 인문학 전문 서점이다.) 후원 책 장터에서 혜진이가 사 준 책.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며 사달라길래 한 권을 사주면서 농담 삼아 제일 비싼 책을 가리키며 답례를 요구했더니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어 사 주었다. 읽고 싶었지만 가격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던 것을 내 손에 쥐어 준 혜진이에게 감사를. 즉석에서 책을 주고 받은 것이라 멘트는 없다.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살림
소설을 쓰고 싶던 때가 있었다. 시라는 짧은 형식은 내 속의 것을 토해내기에는 더없이 좋지만 타인에게 온전히 뜻을 전하기는
어려워 나의 이야기든 남의 이야기든 소설의 형태로 써 보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연애 중인 이에게 이 책을 부탁했다. 그가
별 이유도 없이 한참이나 있다가, 그러니까 소설에 대한 갈망이 사라진 다음에야 이 책을 사주는 바람에 나도 한참을 버려 두고 있다가 얼마 전에야 읽었다. 그는 "늦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잊지 않고 있었어요. 난 좀 늦긴 해도 까먹진 않으니까 너무 걱정마요. 사랑해요."라고 썼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지식의 풍경
한국 최초의 진보정당 사회당의 창당 10주년이 바로 지난해인 2008년이었다. 창당 10주년 행사장 앞에서는 진보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 출판사 서너곳이 할인판매전을 열었었다. 지난 학기 동안 기자로 활동했던 인터넷 신문사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의 강서희 대표님이 그곳에서 사주신 책. 갖고 싶은 책을 골라 보라시기에 여름학기 수업 시간에 듣고는 재밌겠다 싶었던 이 책을 골랐다. 받은지 두어달 남짓 되었는데 아직 읽지 못한 이 책에도 멘트는 없다.

2009년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
자신의 대학 입학 이후 맞은 내 생일 세 번을 전부 다 챙겨준 정은이의 올해 생일 선물. 끔찍한 상황을 상상해 묘사한 것이라 읽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덕분에 좋은 작가 한 명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읽은 남성 작가의 책 중에서는 최고 수준에 속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책. 책과 편지를 함께 받아서, 책에는 아무런 말도 적혀 있지 않다. 정은이는, 언제나 내 손 닿는 곳에 있겠다고 말해 준 사람. 앞의 생일들에 준 핸드크림과 귀걸이도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4년 동안 선물받은 책이 열아홉권이다. 여기에 더해 아버지에게 받아서 몇 권만 읽고(몇 권은 펼쳐보지도 않고) 집으로 돌려 보낸 책이 열권 남짓 되고 크리스마티 파티 때 사다리 타기로 당첨된 책도 한 권 있다. 그리고 선물받았다기보단 ‘얻었다’는 말이 어울릴 책들이 몇 권 있다. 선물 받은 책이 몇 권 더 있을 법도 한데 지금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은 이게 전부다.
책이 아닌 형태로 받은 선물은 핸드 크림이 두번에 귀걸이나 옷, 그리고 카메라나 현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것들가지를 다 정리하자니, 함께 받은 편지를 공개하지 않고서는 선물의 의미를 공유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냥 책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이 책들을 읽으면, 나의 대학생활에 대해, 나의 벗들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을 터이다.
언제 한 번 내가 선물한 책들도 정리해 볼까 싶지만, 그러기엔 요즘 기억력이 너무 떨어져서 조금 망설여진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내가 책을 준 이들에게 내가 준 책을 빌려서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책도, 첫 장에 내가 써 둔 말들도. 헌책방에 팔아버렸다는 사람이 없기를 빌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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