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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너머의 익숙한 고민들 ― 영화 〈24주〉와 〈가타카〉가 던지는 재/생산에 관한 질문들

들어가며가끔 쳇바퀴를 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서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므로, 낙태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공식적인 담론의 장에 진입하지 못한다. 낙태에 관한 공식적인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므로,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법을개정하는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낙태가 죄로 남아 있기에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고,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므로 낙태는 죄로 남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낙태죄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는 고무적인 일이다.지난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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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고 돌아왔다

몇 번인가, 매주 촛불집회에 나갔다. 오랜 시간을 있지는 않았다. 모여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연만 보고 발언만 듣는 집회는 익숙하지 않다. 그런 집회엔 안 간지 꽤 되었지만, 내게 익숙한 집회는 조직된 사람들이 함께 작전을 짜서 움직이는 집회다. 그 작전이란 때론 경찰 저지선을 뚫고 어딘가를 점거하는 것이고 때론 행인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돌리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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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언어

어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웹진 《글로컬 포인트》 광장 특별호에 공동저술로 실은 글(http://blog.jinbo.net/glocalpoint/65)의 초고. 브레인스토밍 정도 식으로 쓴 거라 흐름이 잘 잡혀 있지는 않다. 다른 글들은 흐름이 잘 잡혀 있다는 건 아니지만.   광장의 언어   2016년은 육십갑자로 따져 병신년(丙申年)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여성인 박근혜와 병신(病身)을 엮어 "병신년”이라는 조롱이 적지 않습니다. 조롱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심정 이해합니다. 그러나 병신년은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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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한 자들의 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글로컬 포인트》 광장 특별호에 실은 글. http://blog.jinbo.net/glocalpoint/61     나의 집회들 집회에 처음 간 것은 2005년 3월이었다. 반전평화의날. 폴리스라인 안에서 질서정연한 행진을 했고 무대엔 연예인이 올랐다. 운동은커녕 정치에도 관심은 없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 다음으로 집회에 간 것은 4월,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느지막히 도착한 나를 향해 누군가 달려 왔다. 지난번 집회에서 안면을 튼 이였다. 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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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갖지 못한 탓이다

네 잔. 그리고 세 잔. 어제와 오늘 마신 커피의 수다. 내 집을 갖지 못한 탓이다. 눈을 뜨자마자 씻고 집을 나섰다. 분식집에 들러 천 원짜리 주먹밥 하나를 사서는 길을 걸으며 꾸역꾸역 씹었다. 카페에 들어섰다. 익숙한 풍경이다. 적당한 빈 자리를 골라 짐을 내려 놓았다. 커피를 주문한다. 아메리카노, 이천 원이다. 물가가 싼 동네에서 싼 카페를 찾고 거기서 제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