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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유족이다, 라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닌

어느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었다. 죽인 사람은 칼을 들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둘 사이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죽인 사람은 남자였고 죽은 사람은 여자였다는 것이 그들의 관계를 그릴 수 있는 표지의 전부다. 남자라서 죽인 것이다. 여자라서 죽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데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의 일탈을 갖고서 그렇게 일반화하지 말라고들 했다. "살아 남았다"는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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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에 투표하기로 했다

나는 한때 사회당의 당원이었다. 희망사회당, 한국사회당 등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2005년에서 2012년까지 당적을 두고 있었다. 2012년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합당한 후, 나는 당적 없는 사람으로 돌아 왔다. 합당에 찬성했음에도 (당대회에 가지 않아 찬성표를 던지지는 못했다) 당적을 버리기로 한 것은, 당시 진보신당이 한 성폭력 사건 사후 조치를 미흡하게 한 탓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정당 정치에 큰 관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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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0일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려던 참이었다. 맞은편에서 누군가 다가오다 주춤 멈춰 섰다. 저 이도 담배를 피우려나, 싶었지만 그는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손에는 무엇인가 들고 있었다. 내가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동안, 그 이는 몇 걸음을 더 걸었다. 시야의 경계선에서 그는 내내 주춤거리고 있었다. 몇 모금을 들이 쉰 후에야 그는 내게 다가왔다.   “죄송한데 전화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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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성인지 묻기: 페미니즘의 첫 번째 경유지

여성의 전화 소식지 <베틀>에 실은 글. 급한 마감을 맞추느라 엉망으로 썼는데 그냥 그대로 나갔다 흑.       누가 여성인지 묻기: 페미니즘의 첫 번째 경유지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소수자 관련 개념이나 정책을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전시 성평등 기본조례의 관련 내용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을 명시한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밝힌 입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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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민중총궐기, ‘차벽’ 사라지니 ‘평화’가 왔나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있었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가, 정확히는 행진을 하려다가, 경찰에 막혀 한참을 싸우고 얻어 맞았던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 이어진 행사였다. 이번에는 청와대를 향하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1월 14일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없었다. 12월 5일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차벽도 없었다. 몇 개의 차선을 쓰느냐, 차도의 차들을 보내느냐 마느냐를 두고 약간의 승강이가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큰 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