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7일

여느 때와 같이 이어폰의 볼륨을 최대로 높힌다. 고막을 자극하는 묵직한 스타카토에 발걸음도 휘청거린다. 3월 끝물의 한낮을 비틀거린다. 3월은 끝나 가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더 이상 아침에 춥지 않고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고는 있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나에게 아직 봄꽃들은 인사해 주지 않는다. 나와 마주치는 건 한밤의 냉기에 오그라든, 져버린 꽃잎 뿐이다. 아침에 나를 학교로 태우는 기사에게도, 대로에서 육두문자를 내지르는 저 이에게도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대로 3월은 끝날 것이고, 4월에도 나는 한동안 겨울을 지낼 것이다. 그리고 내가 힘겹게 봄을 맞이하고 나면, 4월의 끝물일 세상은 변해 있을 것이다. 지금의 꽃들 중 몇 가지는 자취를 감춰버리고 또 다른 꽃들이 피어 나겠지. 아직은 누런 잔디도 녹색을 찾을 테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조금은 발랄해지겠지. 그 속에서 나는, 빠른 속도로 3월을 보내고 4월에 접어 들 것이다. 5월이 오면 비로소 나는 세상의 사람이 될 것이다. 길어지는 하루를 즐기고 늦은 봄을 만끽할 수 있겠지. 바닥의 잔디부터 동구 느티나무 꼭대기의 어린 잎까지 그 모든 녹음이 나를 세상으로 밀어 줄 것이다. 그들은 나의 머리 위에 초록빛 별을 띄우고 나는 별빛 아래에서 엷게 미소지을 것이다. 오월은 내게 그런 별을 선물할 것이다. 삼월은 아직 차다. 사월은 동승하기엔 힘이 부친다. 오월이 오면. 여느 때와 같이 이어폰의 볼륨을 최대로 높일 것이다. 고막을 자극하는 발랄한 스타카토에 발걸음으로 묘한 조화를 이룰 것이다. 오월 만춘의 온기를 심호흡할 것이다.





몇 군데를 고쳤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