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1-02.(화-수) 격리 해제

2022.11.01.(화)

전날 벌어진 이태원 참사 소식에 침통했던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일 없이 보냈다. 맹물에서 쓴맛이 느껴진단 걸 깨달아버린 후로, 증상이 심화된 것인지 알아버렸기 때문인지, 혹은 그저 기분탓인지, 꽤 맛이 강한 탄산음료에서는 물론이고 침에서도 쓴맛이 느껴져서 아주 약간의 고생을 했다.

오후에는 책꽂이에서 세월호 기억 팔찌를 꺼내 손목에 찼다.

2022.11.02.(수)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증상이 가라앉은 것인지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서인지 (약은 5일치를 처방 받았다) 곧 쓴맛이 사라졌다. 맹물에서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래 누워 있었고 저녁에는 책을 조금 읽었다. 오후에는 책상 한켠에서 찐득해진 세월호 기억 팔찌 하나를 발견해 비누로 씻어 말렸다. 여전히 약간은 찐득하지만, 그걸로 바꿔 찼다.

20분쯤 전 자정을 기해 드디어 격리 해제. 처음으로 한 것은 편의점에 가서 주전부리 ― 크림빵 ― 사먹기. 집에도 편의점에서 손소독제가 없어서, 내 손에서 점원의 손으로 바이러스가 넘어가지 않게 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였다. 빵은 점원이 손 댈 일 없는 귀퉁이를 손가락 마디 부분으로 집었고 카드를 넘겨주는 대신 휴대전화 앱 바코드로 결제했다. WHO 실험 결과 “발병 8일 후 검출된 바이러스에서는 배양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해당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격리해제 후 받은 PCR 검사 결과가 양성이더라도 전파력은 극히 낮거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1]질병관리청, 코로나19 감염확진 FAQ, https://ncv.kdca.go.kr/menu.es?mid=a30408000000. 그래도 주말에는 수십 명 앞에서 마스크를 벗을 일이 있어, 내일은 체온도 재고 자가키트 검사도 해 볼 생각이다. 자가키트는 오늘 빵과 함께 사려 했으나 손소독제가 없어 조금이라도 체류 시간을 줄이려고 내일로 미루었다.

확진 및 격리 후기

증상 처음에는 미열과 근육통, 두통도 있었지만 이후의 증상은 대개 콧물과 기침, 가래, 인후통 정도였다. (뒤의 것 중) 앞의 셋은 약간이지만 아직도 남아는 있다.

격리 증상이 약했으므로, 원래 혼자서 하는 것 없이 지내는 편이므로, 장보기 ― 특히 규모가 크지도 절실하지도 않은 간식거리 구매 ― 가 괴로움의 거의 다였다. 물론 주변에 사는 지인 없이도 인터넷으로 문제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던 덕이다. 대형 유통 체인의 당일 배송이 쉽지 않은 곳이지만 마침 다행히도 당일 배송을 해 주는 지역 협동조합이 있는 곳에 사는 덕이다. 불가피한 경우 지자체에 요청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긴 했지만 나는 그 ‘불가피한 경우’, 그러니까 노인이거나 하는 등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 운이 나빴다면 배달음식만으로 일주일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운이 더 나빴다면 ― 배달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 없는 병이나 알레르기 따위가 있었다면 ― 상당한 곤란에 처했을 것이다.

수면 코로나 때문인지 그저 수면제가 다 떨어졌기 때문인지, 아주 많이, 아주 얕게 잤다. 안면마비가 와서 발음이 제대로 안 되는데 그 모습을 놀리는 이들 ― 꽤 알려진 연예인들이었다 ― 에게 화내는 꿈, 농활 가서 덤프트럭 타다 미지의 선배랑 썸타는 꿈, 어디 웅덩이 정리하다 거북이 세 마리와 낯선 갑각류를 발견하는 꿈 등등 아주 많은 꿈을 꾸었다.

1 질병관리청, 코로나19 감염확진 FAQ, https://ncv.kdca.go.kr/menu.es?mid=a30408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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