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하지 마세요

  내가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서울의 차도를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는 괜한 유대감 같은 것이 있다. 생전 모를 뿐더러 다신 볼 일 없을 사람인데도 스쳐 지나가는 이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격려를 주고받는 식이다 짐받이의 물건이 떨어질 것 같거나 타이어에 바람이 없어 보이면 그런 것들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말을 건다. 며칠 전에도 … [읽기]

그와의 열한번째 만남

  맞은편에서 사람 둘이 걸어온다. 한쪽은 계속 말을 걸고 다른 한쪽은 곤란한 표정으로 계속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대화를 거절하는 제스쳐다. 말을 거는 쪽은 낯이 익다. 늘 저렇게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서서 "교회 다니세요?"하고 묻는 사람이다. 아니요, 하고 답하면 "다른 종교는 있으세요?"하고 묻고, 다시 아니요, 답하면 "교회나 성경공부에 관심 있으세요?"하고 묻는다. 세번째로 아니요, 하고 … [읽기]

얼결에 그는

나는 어느날부턴가, 고기를 끊었다.나랑 늘 밥을 같이 먹는 그 역시, 얼결에 끊다시피 하게 되었다. 나는 어느날부턴가, 자전거를 탔다.신림역쯤에서 만나 영화라도 보는 날이면, 나는 자전거를 끌고, 그는 나를 따라 걸었다. 나는 세제를 쓰지 않는다.내 방에서 그는 가끔,나 대신 설거지를 하며 투덜거린다. 내 방에는 인터넷 회선을 설치하지 않았다.영화를 보기는커녕 웹서핑조차 할 수 없는내 방에서 놀기 위해 그는 … [읽기]

자전거를 새로 샀다.

망가진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 가 주시고,다른 하나가 이래저래 죽음을 고한 통에자전거를 새로 구입했다 자전거 구입 첫날에는 비가 온다.

나와 그.

고기를 먹지 않는 나.그런 나와 자주 식사를 같이 하는 그.고기를 먹지 못하게 된 나.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어 가는 그.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뿌듯해 하는 그.자신으로 남지도, 내가 되지도 못해서 곤란해 하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