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7일
여느 때와 같이 이어폰의 볼륨을 최대로 높힌다. 고막을 자극하는 묵직한 스타카토에 발걸음도 휘청거린다. 3월 끝물의 한낮을 비틀거린다. 3월은 끝나 가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더 이상 아침에 춥지 않고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고는 있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나에게 아직 봄꽃들은 인사해 주지 않는다. 나와 마주치는 건 한밤의 냉기에 오그라든, 져버린 꽃잎 … [읽기]
2015년 7월 11일 토요일
친구가 토요일 집회에 가느냐고 물어왔다. 무슨 집회냐고 되물었다. 세월호라고 했다. 찾아보니 광화문 광장에서의 농성이 1년을 채웠다고 했다. 세 시였나, 네 시였나. 1주년 기념 집회를 하기엔 이른 시각이었지만 공지에 맞추어 광화문 광장에 갔다. 친구는 급한 일이 생겨 오지 못한다고 했다. 사전 집회인 모양이었다. 내내 지신밟기만을 했다. 저녁에 문화제가 있을 거라고 했다. 상쇠는 천막들을 하나하나 돌며 공간을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