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4.(토)

열 시 반쯤 집을 나섰다. 지난 주엔가 갔던 양과자점을 들렀는데 휴가 중이었다. 지난 주엔가 실패했던 파스타집 앞까지 갔는데 영업 시작 전이었다. 삼촌 어쩌고 하는 식당엘 들어갔는데 오픈 시각보다 조금 빨리 영업을 시작했지만 먹으려던 메뉴 ― 막국수 ― 는 아직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근처 카페에서 일을 아주 조금 했다. 로스팅에 자부심이 있는 곳인 듯했지만 커피맛엔 무감하다. 월요일 스터디 준비. 삼촌 어쩌고 하는 식당에서 막국수와 감자전을 먹었다.

이번엔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듯한 카페에 들어 갔다. 깔끔하고 널찍한 곳이었다. 8비트라는 이름이라 레트로 컴퓨터 같은 걸로 컨셉을 잡은 곳이려니 했는데 프랑스어 palpiter를 그렇게 쓴 것이라고 했다. 뜻은 잊었는데 지금 사전을 찾아보니 두근거리다, 떨리다 등을 뜻한다고 한다. 레트로 컨셉이 끼어 있기는 했다. 자세히 보면 가구 마감이 허술했다. 빈티지 식기를 팔았는데 예쁜 것은 없었다. 일을 조금 더 한 후에 친구랑 수다를 떨었다.

저녁거리를 사다 집에 넣어 두고 의림지를 걸었다. 빠르게 눈도장만 찍고 올 생각이었지만 느긋하게 움직였다. 집을 향하려던 시각, 예정대로였다면 집이 얼마 남지 않았을 시각 쯤 휴대전화 알람이 울었다. 온라인 모임이 잡혀 있었다. 빠르게 걸었지만 많이 지각했다.

유학을 떠나는 동료의 송별회. 돌아가며 한 마디씩 인사를 했다. 다들 그와 어떻게 만났고 그에게 무엇을 배웠으며 그의 앞날에 무엇을 기원하는지를 길게 이야기했다. 나는 짧게. 얼른 집을 정리해 한 번 모셨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어 죄송합니다. 늘 행복하시구요, 다음 회의 때 뵈어요. 여기 일은 잊고 그곳에서의 삶에 집중하라는 덕담을 건네는 이들 사이에서였다.

모임이 끝나고는 친구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으며 시간을 좀 보냈다. 저녁거리는 냉장고에 넣어둔 채로, 과자로 간단히 요기했다. 너무 늦지 않게 잠들었다.

2021.08.13.(금)

늦게 일어났다. 오후에 스터디가 잡혀 있고 준비를 덜 한 상태여서 일찍 일어나 빠르게 발제 준비를 할 계획이었건만. 나가서 콩국수를 먹고 카페에 앉았다. 어쨌거나 시간을 채울 만큼은 준비가 되어 있어 예정대로 스터디를 하기로 했는데 카페 인터넷 연결이 오락가락했다. 몇 번인가 회상회의를 한 적이 있는 카페였는데 노래소리도 너무 크게 들어간다고 했다. 스터디를 월요일로 미루었다. 마침 서울에 갈 일이 있어 겸사겸사 만나서 하기로 했다.

곧장 귀가했다. 길게 낮잠을 잤다. 저녁으로는 옹심이메밀칼국수. 짜장밥을 해먹을 생각이었으나 귀찮아서 말았다. 식당을 나와 잠시 산책했다. 날이 선선해서인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기운을 잃어 쉼없는 날갯짓에도 그저 바닥에 부딪을 뿐인 매미가 많았다. 배를 까고 누운 풍뎅이와 움직임이 멎은 사마귀도 종종 있었다.

카레에 넣고 남은 연근으로 연근조림을 해두고 싶었지만 역시 말았다. 앉아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씻지도 않고 누웠다. 새벽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아침까지 마저 잤다.


카페에 갔다 돌아오니 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홍콩에서 온 것이다. 멀리 사는 친구의 선물,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새 휴대전화. 쓰던 모델의 새 버전을 샀다. 너무 크다. 필요한 앱을 설치하고는 로그인이며 설정이며를 하지 않은 채 놓아 두고 잤다. 저녁에 보니 SIM 인식은 되었지만 모바일 네트워크 접속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세 번쯤 껐다 켜자 신호가 잡혔다.

그간 임시로 쓴 전화기는 외관도 멀쩡하고 ― 그새 떨어뜨려 금이 갔으므로 멀쩡했고, 라 써야 옳지만 ― 느린 걸 빼면 기능에도 큰 문제가 없지만 배터리 수명이 아주 짧았다. 대기 상태는 하루쯤 유지되지만 실제로 사용 가능한 건 두 시간 정도가 고작이었다. 켜두기만 하고 거의 쓰지 않았다. 업무를 포함해, 여러사람의 메시지를 아주 늦게야 확인했다. 장을 보러 혹은 산책하러 나가면서는 종종 집에 두고 다녔다.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는데 이젠 핑계가 없으니 다시 적응해야겠지. 원래도 아주 빠르게 확인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2021.08.12.(목)

춤추는허리 워크숍을 다녀 왔다. 일찍 나서서 서울에서 이것저것 할일을 할까 했었지만 딱히 할일이 따로 있지도 않았고 일찍 일어나지도 못했다. 집을 나서 콩국수를 먹고 시외버스를 탔다. 동서울터미널에 내려 지하철로 천호역으로 이동, 시작 시각 십 분을 남기고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에 도착했다.

전날 준비한 것은 ― 기껏해야 글을 읽고 몇 가지 말할거리를 떠올린 정도였지만 ― 허사였다. 메일을 꼼꼼히 읽지 않아 순서를 착각한 탓이나. 준비한 것과는 다른 글, 다른 공연에 대한 글을 갖고 이야기를 나눴다. 늘 그렇듯 두서없이 띄엄띄엄 말했는데 ― 기획회의 때 이미 고백한 것이지만 엉뚱한 준비만 하고 왔으므로 더했다 ― 다행히 다음 회차에 또 뵙기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동서울터미널이 가깝지만 막차가 빨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으므로 강남터미널로 향했다. 느릿느릿 움직였고 곤드레밥을 먹었다. 열한 시쯤 제천터미널에 내려 집까지 걸었다. 빠르게 걸으면 20분여, 평범하게 걸어도 30분이면 되는 거리지만 느리게 걸었다. 40분 좀 넘게 들었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 늦게 잠들었다.

2021.08.11.(수)

느지막히 나가서 콩국수를 사 먹었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사고는 그대로 귀가했다. 낮잠을 잔 것 같다. 저녁에 다시 나가 카페에 앉았다.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쿠폰이 생겨서 늘 먹던 아메리카노 대신 연유라떼를 시켰다. 춤추는허리 워크숍 준비를 좀 했다. 잡화점과 마트에 들어 옷걸이와 바나나를 샀다. 하루가 금세 갔네.

2021.08.10.(화)

기념비적인 날이다. 제천살이 한 달. 그리고 바퀴벌레와의 첫 번째 조우. 부엌에서 나왔다. 깨알만한 사이즈. 이사 초에 본 어느 벌레처럼 바퀴벌레일까 아닐까 고민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순간적으로 알았다. 주저 없이 휴지를 뜯어 눌러 죽였으므로 확인은 못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다. 여전히 널브러져 있는 짐을 뒤져 바퀴벌레 약을 찾았다. 짜두는 젤 타입의 살충제다. 눈에 띄지 않는 곳 ― 싱크대나 책꽂이 위아래, 벽 몰딩 위, 세탁기 아래 등등 ― 에 놓아 두었다. 저녁의 일이다.

점심은 집에서 대강 먹었으려나. 카드 결제 기록이 없다. 전날 마트에서 산 것으로 먹었다면 요거트와 시리얼, 복숭아 같은 것이었을 테다. 세 알에 칠천 얼마 하는 복숭아였는데 한 알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잘라내고 먹지 않고 그냥 통으로 버렸다. 오후엔 카페에서 일했다. 작업 중인 단행본에 들어갈 원고 검토. 한 주 가량 전에 반쯤 해둔 것의 나머지를 처리해 편집자에게 보냈다.

저녁으로는 카레를 해 먹었다. 썰어서 얼려 둔 양파와 감자, 한참 전에 사서는 먹지 않아 물러진 부분을 잘라낸 버섯, 이날 사 온 연근과 토마토, 그리고 파스타 소스를 넣었다. 꽤 많이 했는데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밥도 두 그릇 먹었다. 그러고는 또 카페에 갔다. 카페에선 별 일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낸 것 같다. 바퀴벌레를 본 것은 저녁 준비를 하면서의 일이고 짐을 뒤져 약을 찾은 것은 카페에 다녀온 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