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자전거

  처음으로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도로에는 그늘조차 없었지만, 강바람을 맞으며 타는 자전거는 나쁘지 않았다. 강가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었고, 벤치에 앉아서 쉬는 사람도 있었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강물 속에는 아마도 몇 가지의 물고기와 벌레들, 그리고 어쩌면 거북이나 자라 따위가 살고 있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탄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 한, 어느 낚시꾼의 미끼에 걸리지 … [읽기]

나는 그들을 욕할 수 없다

  나는 그들이 싫다. 어쩌면 미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진 대오를 지나가려는 운전자들에게 욕을 퍼붓고, 싸움이 나면 여자들은 뒤로 빠지라고 소리치고, 흥분하면 경찰 개개인을 폭행하는 그들이 나는 싫다. 그들은 대표적인 집단으로 말하자면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로 대표되는 이들이고 개인적인 수준에서 말하자면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노동운동가, 혹은 노동자들이다.  어제도 그랬다. 상용차로의 행진이 실패하자 그들은 쇠파이프를 들었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박수를 … [읽기]

농담은 늘 쉽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 지하철 예술무대에서는 시민 노래자랑이 열리고 있다. 사회자는 참가자 하나하나에게 사는 곳과 직업을 묻는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을지로에서 왔어요. 아니, 을지로면 여기잖아요? 네. 그럼 노숙을 하신다는 거에요? 아니요. 을지로 어디서 오셨어요? 을지로 4가에 살아요. 그렇죠,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께서 노숙을 하면 큰일 나겠죠, 자 그럼, 노래 들어보겠습니다.  질문하는 사회자도, 답하는 참가자도, 그리고 구경하는 … [읽기]

삶의 무게

삶에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의 일부는, 피할 수 없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 몫만큼의 무게는 진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인품이나 업적, 혹은 형편과는 상관없이 그 무거운 삶을 짊어진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나는, 나를 포함해 학생들 모두가 싫어했던 학교 주사 아저씨에게 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