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요즘은 다시 쉴새 없이 글을 토해내고 있다. 학교 일도 직장 일도, 해야 할 일들은 어느 것도 손에 잡지 못한 채 영문도 모른 채 떠오르는 글들을 받아 쓴다. 어쩌면 가장 건강한 때, 어쩌면 가장 병든 때의 일이다. 언젠가 다시 읽으면 무슨 말인지 기억조차 못할 글들을 쉼 없이 토해 낸다. 요즘 쓰는 글들은 분명히 전에 한 번씩 … [읽기]

서로에게 상처

용역들이 농성중인 세입자들을 힘으로 몰아냈다. 짤아도 몇 년, 길게는 이십 년을 장사해 온 곳에서, 이렇다 할 보상도 없이 쫓겨난 한으로 한 달 넘게 쪽잠을 자며 폐허가 된 가게를 지켜온 이들이다. 다른 곳에서라도 다시 장사를 시작해 삶을 이을 수 있도록 해 달라 외치고 있던 그들에게, 재개발 업체는 용역을 부려 주먹으로 답했다. 비가 오던 날, 한 때는 … [읽기]

서울대 본부에 자보를 붙였다.

* 학기 초부터 법인화 반대 자보를 써야지, 해 놓고는 여태 미적거리기만 했다. 학부 다닐 때는 곧잘 개인 명의로 자보를 써 붙였는데, 괜히 뻘쭘해서 같이 쓸 사람을 찾았지만 대학생사람연대도, 인문대 학생회도 딱히 릴레이 자보 같은 것을 쓰지 않아서, 계속 마음의 짐으로만 두고 있었다. 그러고는 얼마 전, 학생 비상총회가 열리고 본부 점거가 시작되었다. 어째선지 자보 쓸 생각을 … [읽기]

서울대 본부 점거 농성장

기대앉은 파티션 뒤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파티션 너머에 있는 사무기기의 분실을 우려한 것인 듯, “들어가지 말아주세요”라고 써 붙여 놓은 노끈을 들추고 들어가 자고 있는 사람의 소리다. 농성장의 밤은 열악하다. 덥고 지저분한 것,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사방이 트인 곳에서의 혼숙, 그것은 누군가의 잠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반대로, 남녀분리가 그러한 조건인 사람도 물론 있다.) 세어 본 … [읽기]

덮어 두기

지금의 이 블로그엔 남아 있지 않지만, 언젠가 겪었던 놀라움에 관한, 그리고 그 사건과 사이의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놀라움이란, 학생 운동을 하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이었다. 열 명쯤 되었을까,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자신은 너무도 편하게 살아 왔으나 세상에 편치 못한 사람을 사는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