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에 관한 네 가지 태도를 알고 있다. 스스로가 붙이는 이름들이야 다르겠지만, 늘어 놓아 보자면 이렇다. 종교 없는 유신론자, 믿는 종교인, 연구하는 종교인, 그리고 무신론자. 나는 첫 번째에 속한다. 이 넷은 전혀 다른 태도이고 전혀 다른 효과들을 갖는다고 나는 여긴다. 무신론자와 연구하는 종교인은 신을 해체한다(무신론자에게는, 그가 세계에 대한 일말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전제를 붙여야 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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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안 한 말
쌍용차 평택 공장을, 공장 굴뚝 위에서 홀로 남아 92일차 농성을 하고 있는 이창근을 방문하는 집회가 있었다. 집회를 몇 시간 앞두고 평택역 광장에서는 행동 독서회라는 행사가 열렸다. 작은 무대에는 "함께 살자"라고 적힌 천이 걸려 있었고, 그 옆으로 『이창근의 해고일기』를 파는 부스가 있었다. 거기서 그 책을 산 사람들, 혹은 다른 곳에서 이미 산 사람들이 모여 광장 여기저기서 …
노동자들의 오체투지 행진에 다녀왔다
간만에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했다. 낡아서 혹은 애초에 정품이 아니라서, 그것도 아니라면 충전기가 정품이 아니라서, 지난해부터 이미 시원치 않다. 충전은 더디고 방전은 빠르다. 추위까지 겹치면 더하다. 카메라를 켠지 두 시간이 채 안 되어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떴다. 손으로 데우니 한동안 잘 작동하다가 이번에는 아예 카메라가 꺼져 버렸다. 핫팩을 사서 카메라에 붙였다. 600 원짜리 손난로는 한데서는 …
저들의 영광과 우리의 채널, 그리고 나의 배역
2012년에는 "저들의 영광"이라는 글을 썼다. 유신시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 시대가 자신들에게 먹고 살 것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갖은 탄압 속에서도 그 시대에 그들은 주인공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그 때를 추억하는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산업화의 흐름에서는 산업역군으로, 민주화의 흐름에서는 민주투사로 그들은 주인공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 이전 세대에게는 또 반공의 흐름 속에서 참전용사라는 자리가 …
live long, die young
"live long, die young", 며칠 쯤 전이었더라, 별다른 이유 없이 이 말이 쓰고 싶었다. 앞뒤에 덧댈 문장도 없이 그저 이 한 마디를 적고 싶었다. 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다. 이 말을 적고 싶었을 뿐,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었고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쓰지 못한 것은 젊어 죽은 사람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늘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