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멍하게 있을 때면 제외하면 읽고 쓰거나 듣고 말하지 않을 때에도 대개 속으로 무언가 문장을 떠올리고 있는 편인데, 오늘은 설거지를 하며 ‘그릇을 씻을 땐 겉부터 헹군다, 비눗물이 안쪽 면에 묻을 수도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했다. 설거지 세제를 푼 물을 비눗물이라고 하는 것이, ‘설거지용 비누’ 같은 말이 어색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비누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딱히 유럽에서 온 말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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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0주기
2009년 1월 20일. 이제 곧 10주기를 맞는다. 새벽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아마도 당시 소속돼 있던 단체의 사무국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았거나 뉴스를 보고 알았을 것이다. 너댓 시쯤에나 현장에 도착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먼저 온 이들이 경찰과 싸워 얻어낸 좁은 공간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었다. 방금에야 겨우 자리를 얻었는지, 절을 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 바닥에 흩어진 …
「재생산 담론과 퀴어한 몸들」에 덧붙이는 메모(를 빙자한, 스스로에 대한 푸념들)
명목상으로 이 글은 『배틀그라운드: 낙태죄를 둘러싼 성과 재생산의 정치』(성과재생산포럼 기획, 후마니타스, 2018)에 실은 「재생산 담론과 퀴어한 몸들」(박종주, 245-265쪽)에 대한 필자 후기이자 땡땡땡협동조합 길잡이독서회 『배틀그라운드』편의 3회차로 진행된 「재생산 담론과 퀴어한 몸들」 읽기 모임에 대한 참석자 후기이다. 따라서 이 글에는 글을 쓰며 했던 생각들, 독서회에서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직간접적 대답들, 독서회에서 다른 참석자들을 통해 하게 된 생각들이 …
그냥 잡담
* 시간강사법이 언급되지만 그 문제와는 상관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 시간강사법 개정 문제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한다. 강사 생활을 하다 교수가 되는 루트, 같은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없으므로 딱히 당사자로서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여러곳에서의 노동 문제들을 대할 때와 비슷한 거리감이지만, 어쨌거나 대학에 적을 두고 있고 친구들이 당사자인 문제라 조금은 더 자주 생각한다. 구체적인 고민을 하는 …
죽음 너머를 생각하기 위한 메모
죽음 너머의 삶을 염원하는, 그러나 죽음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어떤 삶의 방식의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삶의 불확실성을 힘겨워 하는 이들이 죽음을, 그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확고한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걷잡을 수 없는 불확실성이 또한 두려워, 그 불확실성에 치를 떨면서도 또한 얼마간이나마 통제할 수 있음을 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