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가 당사자끼리조차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이 같은 위험 때문이다”

Melissa Gira Grant, “Playing the Whore, The Work,” Verso Books, 2019.[1]필자의 책 Playing the Whore에서 따온 제목이다. ‘playing the whore’는 창녀로 일하기, 창녀인 체하기, 창녀 연기하기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텐데, … (계속)

모든 성노동자가 일을 협상할 수 있도록, 또한 위험하거나 임금이 낮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노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반드시 성노동자들이 당사자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성노동은 이 정보라는 생명줄을 공유하는 일이 범죄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미국에서 성판매는 대개 가벼운 범죄이지만 성판매 일을 하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은 보다 중한 범법행위로 간주된다.

성노동자들에게는 익명으로조차도 솔직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정치적, 감정을 위험을 지게 됨을 뜻한다. 보다 일률적으로 합법적인 성노동 형태 ― 미국에서는 포르노그래피나 스트립쇼 ― 에 있어서도 비밀주의는 낙인과 수치심을 강화하며 성노동자가 스스로의 노동을 통제을 능력을 약화시킨다. 성노동자가 그저 정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이중 생활”을 한다고 말하는 서사는 성노동자가 자신이 일터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숨겨야 하는 이유를 은폐한다. 의도적으로 비밀에 부쳐지는 성노동에 관한 것들(예컨대 고객과 노동자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한 관례들)은 법적 위험이나 사회적 배제를 감당해 내는 데 필요한 전략으로서, 상담가나 사제가 비밀을 지키고 선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만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없다. 하지만 이 불가결한 비밀유지는 반성노동 낙인과 감시에 짓눌려 왜곡된다. 노동자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해야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결과들을 피할 수 있을지를 모르게 된다.

2000년대 초, 그 유명한 “D.C. 마담” 데보라 진 펄프리Deborah Jeanne Palfrey가 “가족의 소중함”을 주창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인 루이지애나주의 데이비드 비터David Vitter와 곧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 금욕옹호가 에이즈 차르 랜달 토비아스Randall Tobias[2]랜달 토비아스는 부시 정부 에이즈 정책에 있어 (통칭 각 분야의 ‘차르’라 불리는) 최고 책임자를 역임한 고위 관료로 당시 해외 지원, 국제개발 … (계속) 자신이 운영하는 에스코트 중개소 고객임을 밝혔던 일을 기억하는가. 드보라 진의 중개소에는 언론에 환상을 심어준 만큼이나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은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는 노동자들에게 고객과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코트나 마사지사, 댄서가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출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소로는 드문 일은 아니다. 이런 계약서는 중개소 업주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법적인 가림막이다. 그런데 이런 허구적 구도를 유지하는 것은 ― 성매매가 범죄인 상황에서 정당화될 수 있거나 필요한지와는 별개로 ― 또한 이 일의 실질적인 내용에 관한 현실 세계에서의 대화를 차단한다. 당신이 계약서에 적힌 대로 섹스를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협상도 이 일의 일부라고 알려줄 이유가 없다. 그들이 어떻게 콤돔이나 윤활제가 필요한 등의 경우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관리할 수 있으랴. 함정수사에 걸렸을 때 업주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일이 전적으로 합법임을 주장하는데 어떻게 노동자에게 법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성노동이 위험을 낳도록 만드는 것은 성노동 자체가 아니라 이런 류의 허구적 구도와 형사적 맥락이다. 2012년에야 미국의 시티 몇 곳 ―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DC ― 이 콘돔을 성매매 증거로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성노동자들과 공중보건 활동가, 인권활동가들이 상당한 압력을 가하자 비로소 취한 조치였다. 뉴욕에서는 콘돔을 성매매 증거로 활용하는 일이 그야말로 정례화되어 있어서, 체포 시 경찰이 작성하는 안내 조서에 성노동 피의자에게서 압수한 콘돔의 개수를 적는 칸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공권력의 비극 ― 공권력의 감시를 여성에 대한 폭력(성매매가 이렇게 칭해진다)과 싸우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체제가, 보다 변호가 어려운 다른 여성에 대한 폭력을 낳는 ― 이다. 성노동자들은 체포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아웃리치 활동가에게서도, 서로에게서도 콘돔을 받지 않는다.

성노동자가 당사자끼리조차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이 같은 위험 때문이다.

1 필자의 책 Playing the Whore에서 따온 제목이다. ‘playing the whore’는 창녀로 일하기, 창녀인 체하기, 창녀 연기하기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책은 읽지 않아서 정확한 의미는 알지 못한다.
2 랜달 토비아스는 부시 정부 에이즈 정책에 있어 (통칭 각 분야의 ‘차르’라 불리는) 최고 책임자를 역임한 고위 관료로 당시 해외 지원, 국제개발 등의 총책을 맡고 있었다. HIV/AIDS 예방 정책의 일환으로 성매매를 비난하고 콘돔을 사용하는 등의 안전한 섹스보다 금욕을 옹호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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