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0일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려던 참이었다. 맞은편에서 누군가 다가오다 주춤 멈춰 섰다. 저 이도 담배를 피우려나, 싶었지만 그는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손에는 무엇인가 들고 있었다. 내가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동안, 그 이는 몇 걸음을 더 걸었다. 시야의 경계선에서 그는 내내 주춤거리고 있었다. 몇 모금을 들이 쉰 후에야 그는 내게 다가왔다.   “죄송한데 전화 한 … [읽기]

누가 여성인지 묻기: 페미니즘의 첫 번째 경유지

여성의 전화 소식지 <베틀>에 실은 글. 급한 마감을 맞추느라 엉망으로 썼는데 그냥 그대로 나갔다 흑.       누가 여성인지 묻기: 페미니즘의 첫 번째 경유지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소수자 관련 개념이나 정책을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전시 성평등 기본조례의 관련 내용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을 명시한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밝힌 입장이다. … [읽기]

2차 민중총궐기, ‘차벽’ 사라지니 ‘평화’가 왔나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있었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가, 정확히는 행진을 하려다가, 경찰에 막혀 한참을 싸우고 얻어 맞았던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 이어진 행사였다. 이번에는 청와대를 향하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1월 14일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없었다. 12월 5일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차벽도 없었다. 몇 개의 차선을 쓰느냐, 차도의 차들을 보내느냐 마느냐를 두고 약간의 승강이가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큰 탈 … [읽기]

자유!

자립생활은 자유다, 그는 그렇게 외쳤다. 장애인 탈시설 콘서트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에서였다. 몇 년 전 학생 단체의 활동가로, 혹은 좌파 매체의 기자로 살 때의 일이다. 한 번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농성장에서 한 사람을 인터뷰했고 한 번은 시청 앞의 농성장에서 한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를 했던 그에게 시설에서 나와 제일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 [읽기]

남성적 셈법

나는 늘 궁금했다. 이번 파업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몇천 억이라는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말이다. 파업 노동자들이 공장에 쌓인 상품이나 기계를 부수는 것이 아닌데도, 손실액은 언제나 컸다.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만들어 팔았을 것이라는 예측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인한 예상 손실액은 실은 노동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가 이상의 것을 드러낼 수 없는 숫자였지만,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