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갖지 못한 탓이다
네 잔. 그리고 세 잔. 어제와 오늘 마신 커피의 수다. 내 집을 갖지 못한 탓이다. 눈을 뜨자마자 씻고 집을 나섰다. 분식집에 들러 천 원짜리 주먹밥 하나를 사서는 길을 걸으며 꾸역꾸역 씹었다. 카페에 들어섰다. 익숙한 풍경이다. 적당한 빈 자리를 골라 짐을 내려 놓았다. 커피를 주문한다. 아메리카노, 이천 원이다. 물가가 싼 동네에서 싼 카페를 찾고 거기서 제일 … [읽기]
네 잔. 그리고 세 잔. 어제와 오늘 마신 커피의 수다. 내 집을 갖지 못한 탓이다. 눈을 뜨자마자 씻고 집을 나섰다. 분식집에 들러 천 원짜리 주먹밥 하나를 사서는 길을 걸으며 꾸역꾸역 씹었다. 카페에 들어섰다. 익숙한 풍경이다. 적당한 빈 자리를 골라 짐을 내려 놓았다. 커피를 주문한다. 아메리카노, 이천 원이다. 물가가 싼 동네에서 싼 카페를 찾고 거기서 제일 … [읽기]
여성혐오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언어가 있을 것이다. 내게서 그것은 공적공간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흔히들 말하듯, 여성을 좋아하면서도 ― 아마도 성애의 대상으로 ― 여성혐오를 할 수 있다. "아마도 성애의 대상으로"라고 썼다. 이것이 일종의 비꼼임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대상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면, 나와는 다르면서도 어떤 실체를 가진 존재로서 대할 수 없다면, 관계란 … [읽기]
어느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었다. 죽인 사람은 칼을 들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둘 사이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죽인 사람은 남자였고 죽은 사람은 여자였다는 것이 그들의 관계를 그릴 수 있는 표지의 전부다. 남자라서 죽인 것이다. 여자라서 죽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데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의 일탈을 갖고서 그렇게 일반화하지 말라고들 했다. "살아 남았다"는 다른 … [읽기]
나는 한때 사회당의 당원이었다. 희망사회당, 한국사회당 등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2005년에서 2012년까지 당적을 두고 있었다. 2012년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합당한 후, 나는 당적 없는 사람으로 돌아 왔다. 합당에 찬성했음에도 (당대회에 가지 않아 찬성표를 던지지는 못했다) 당적을 버리기로 한 것은, 당시 진보신당이 한 성폭력 사건 사후 조치를 미흡하게 한 탓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정당 정치에 큰 관심이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