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서울대 본부 점거 농성장

기대앉은 파티션 뒤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파티션 너머에 있는 사무기기의 분실을 우려한 것인 듯, “들어가지 말아주세요”라고 써 붙여 놓은 노끈을 들추고 들어가 자고 있는 사람의 소리다. 농성장의 밤은 열악하다. 덥고 지저분한 것,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사방이 트인 곳에서의 혼숙, 그것은 누군가의 잠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반대로, 남녀분리가 그러한 조건인 사람도 물론 있다.) 세어 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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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 두기

지금의 이 블로그엔 남아 있지 않지만, 언젠가 겪었던 놀라움에 관한, 그리고 그 사건과 사이의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놀라움이란, 학생 운동을 하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이었다. 열 명쯤 되었을까,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자신은 너무도 편하게 살아 왔으나 세상에 편치 못한 사람을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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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 심사 가눌 길 없어라

몇 차례나 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비장애인의 몸을 중심으로 한 비유는 마뜩지 않다. 그런데 그게, 제일 곤란한 경우는 장애인이 그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 때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도 마뜩잖아 하면서 별 수 없이 사용하고 있을 사람이 말이다. 장애인 집회에 가면 늘 나오는 노래들에 "노동으로 일어 설 기회마저 빼앗긴 동지여"(장애인차별철폐투쟁가), "굴종의 사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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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길에 보이는 웬만한 물건들은 다 주워 오고 싶어 한다. 어딘가에 쓸 데가 있겠지 싶기도 하고, 그냥 무언가가 버려지는 게 슬프기도 하고 해서. 그런 중에서도 특히 선호하는 것은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상자나 가방, 병이나 책꽂이 같은 것에서부터 스피커나 씨디, 비디오테잎, 책 따위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것이건 아닌 것이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물건들은 왠지 소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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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요즘은 정말이지, 집중력이 눈꼽만큼도 없다. 언제라고 집중력 좋았던 때가 있냐만은, 이젠 읽고 듣는 게 안 되는 걸로 모자라 생각해 둔 걸 타이핑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제였나, 카페에 가 앉아서 한참을 타이핑하다 글이 조각조각 끊어지는 걸 보고는 그만 두고 집에 들어 왔었는데, 오늘 다시 시도했더니 이번엔 조각조각이나마도 써지지가 않길래 또 포기. 몇 시간 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