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와서 소리내어 울음을 울었다. 2초 정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엉엉 울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리고는 금세 그쳤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요즈음의 채식

나는 채식주의자다. 생선과 알, 유제품을 먹으니 채식인이라기엔 좀 부족할지 몰라도, 채식주의자임은 틀림없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지만(물론 심적으로만 가깝고 경제적으로는 반대쪽 정점 가까이에 있다) 틀림없이 반자본주의자인 것처럼. 2008년 늦봄에 육류를 끊었으니 채식도 어느덧 만 3년이 다 되어 간다. 실수로 몇 번쯤 입에 육류를 대었고, 닭고기를 먹은 일이 두 번 있었다. 그리고 최근, 닭을 한 … [읽기]

지정석

–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지하철은 다소 절망적이다. 승객 대부분이 시와 도의 경계를 넘는 장거리 이용객이라서, 또 그 상당수가 고령이라서 앉을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 혹은 학교, 그것도 아니라면 놀이 공간 가까이서 살 것을 허락받지 못한 이들, 무임승차권*이 나오는 지하철 열차가 아니면 갈 곳―이동 수단으로서도, 그야 말로 ‘곳’으로서도―을 바랄 수 없는 이들이 너무도 … [읽기]

가난을 증명하기

0. 결과부터 말하자면, 일단 잘 해결되었다. 필요한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가게 되었으므로. 1. 지금껏 살면서, 가난을 증명해야 했던 적은 크게 없었다. ‘증명’하면서까지 도움을 청해야 할만큼 가난해 본 적도 없었거니와―누구에게서든 생활비를 빌려야 했던 부모님에게는 있었겠지만―, 가난함을 주장하기에는 소위 사회적 자본, 혹은 문화적 자본이라는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기자라는, 나의 서울대생이라는, 지위 같은 … [읽기]

지났으니까 하는 이야기

지난 해 여성의 날 행사에 갔던 것은 민우회 때문이었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몸 쓸 거니까 (힐 신지 말고) 운동화 신고 오세요’ 류의 안내(경고) 메시지를 무려 ‘여성 단체’에서 발견하고는,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분위기인가 궁금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여성의 날 행사는 참 좋았다. 옷 맞춰 입고, 구회 외치고, 피켓 들고, 행진하고, 이렇게 써 놓으면 여느 … [읽기]